'찬대파?' '청래파?', 친명 당권경쟁 과열…당원들도 혼란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6.18 06:42  수정 2025.06.18 06:42

與대표, '정청래 vs 박찬대' 친명 구도에

당원들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는 격"

"박찬대 지지" 성명서에 與강성파 '발끈'

朴, 출마 고민 지속…鄭 "누가되든 좋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7월 2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찬대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대화하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8·2 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 막이 올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정청래 의원이 처음 출사표를 던졌고,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맡았던 박찬대 의원이 출마를 고심 중이다. 핵심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는 두 사람의 맞대결이 예상되지만, 후보 등록에 앞서 경쟁부터 과열되는 형국이라 당원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17일 여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차기 당 대표와 공석인 최고위원 자리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오는 8월 2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후보자 등록은 7월 10일까지다. 만약 후보자가 3명 이상일 경우 15일 예비 경선을 진행하지만, 대결 구도는 이미 두 사람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15일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박 의원도 지난 12일 원내대표 퇴임 기자회견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사실상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문제는 당권 경쟁 구도가 정해지기 전부터 드러난 친명 내부의 공개적 대립 양상이다. 이 같은 포문은 강성파인 양문석 의원이 열었다. 양 의원은 지난 15일 정 의원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느 의원이 내게 '형답지 않게 왜 정청래와?'라고 하더라"며 "언제부터 정청래는 우리도 아니고 동지도 아니고 '불가촉정치인으로 취급했냐"고 쏘아붙였다.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이 지난 1월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원들 사이 특정 후보 지지 성명서가 공유되는 상황도 당내 대립의 원인 중 하나다. 실제 정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직후 '박찬대를 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추천한다'라는 제목의 온라인 성명서가 당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성명서엔 '이재명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지원할 당 대표 적임자는 박찬대'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안전장치: 박찬대 대표일 때 안심할 수 있다'는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이와 관련, 양 의원은 "대통령 당선 이후 2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우리는 없어지고 한 방향을 향해 같이 달려온 지지자들 사이에 격렬한 비난만 난무하고, 서로 배제의 언어가 오가는 상황이 어제오늘의 현상"이라며 이런 현상이 더 격렬해질 것 같은데 이러면 누가 좋아하고 누구에게 유리하겠냐"고 했다.


양 의원과 같은 강성파로 꼽히는 최민희 의원도 정 의원 엄호에 나섰다. 최 의원은 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 '최민희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 의원은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이재명 대통령을 지켰던 핵심 멤버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원내대표가 아마도 당 대표에 출마할 것 같다"며 "비난하지 말고 각자 지지하는 후보의 장점과 매력을 적극 홍보하면 좋겠다"고 했다.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원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정 의원과 박 의원의 대결구도 조짐에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와 같은 문제" "두 사람 중 누가 되든 당을 잘 이끌 거라 믿는다" "당원들 어질어질하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또 풀어야 한다"는 등의 게시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처럼 격해지는 당권 경쟁에 당원 간 대립이 불거졌고, 민주당 의원들까지 등판하자 정 의원이 직접 중재에 나섰다. 그는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 의원이) 나오게 되면 (나는) '박찬대가 당 대표 돼도 상관없다'고 하고, 박 의원은 '정청래가 당 대표가 돼도 상관없다'는 관점 하에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선거운동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는 친명이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소위 '찬대파' '청래파'가 나뉘는 형국"이라며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미지의 박 의원, '법사위 칼잡이' 이미지의 정 의원 각각의 당내 입지와 당원들에 심어진 인식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8·2 전당대회의 본격적인 지역 순회 경선은 △7월 19일 충청 △20일 영남 △26일 호남 △27일 수도권·경기·인천 △8월 2일 서울·강원·제주 등 5개 권역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당대회는 전임 대표인 이 대통령이 대선 출마로 지난 4월 사퇴하면서 치러지게 된 보궐선거다. 이에 따라 신임 당 대표의 임기는 이 대통령의 당 대표직 임기였던 내년 8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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