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철금속 산업의 토대 다진 경영자로 평가
온산제련소 건립 주도해 고려아연 세계 1위로 성장
기술혁신과 환경경영 철학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
장례 회사장으로 진행, 영결식은 10일 오전 예정
한국 비철금속 산업의 선구자이자 고려아연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킨 최창걸 명예회장이 지난 6일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고려아연을 세계 1위 종합제련기업으로 일궈낸 그의 발자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던 최 명예회장이 지난 6일 숙환으로 타계했다. 임종은 부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아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켰다.
최 명예회장은 1941년 황해도 봉산에서 최기호 선대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경기고·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귀국 이듬해인 1974년 고려아연을 창립해 30년 만에 세계적인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최 명예회장은 고려아연 창립에 앞서 온산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는 데 매진했다. 1973년 정부는 중화학공업 육성계획을 수립하면서 울산 온산에 비철금속단지를 건설하는 방침도 결정했다. 최 명예회장의 부친 최기호 창업자는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제련업이 국제적 규모로 성장하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유학 후 직장 생활을 하던 최 명예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일을 도와달라’는 최기호 창업자의 편지를 받고 1973년 10월 귀국했다. 이후 최 명예회장은 온산제련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움직였다. IFC는 온산제련소 건립에 소요되는 자금이 약 7000만 달러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 명예회장은 5000만 달러에 해낼 수 있다고 설득했다. 협상 끝에 부채와 자기자본의 구성비를 ‘6 대 4’에서 ‘7 대 3’으로 조정하는 데 성공했다.
건설 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해 종합건설회사와 턴키 계약을 맺지 않고 구매에서 건설까지 직접 수행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단종면허 토목공사 업체들과 건건이 계약하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절감했다. 그 결과 고려아연은 IFC 전망치 7000만 달러보다 훨씬 적은 금액인 4500만 달러로 온산제련소를 건립했다.
최 명예회장은 회사의 성장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을 실천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제련 공정의 전환을 추진하며 “제련은 세계적으로 오래된 소결·융광 공법을 사용해왔으나,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새로운 공법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상업화되지 않은 신공법을 도입해 기존 공법 대비 효율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사장과 부회장으로 재임하면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데 힘썼다. 세계 최초로 아연·연·동 제련 통합공정을 구현하고 DRS 공법을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으로 상용화해 연 제련에 적용하며 고려아연만의 독보적 경쟁력을 구축했다.
한편, 고인 장례는 지난 7일부터 4일간 회사장으로 치러지고 있으며, 장례위원장은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맡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8시에 열린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