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방 –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작은 세계 (후속편) [신은경의 ‘내 아이가 자라는 공간’㊳]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6.17 14:00  수정 2025.06.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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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아들, 7살 딸이 사는 집이에요. 아이들을 위한 공용 학습 공간(더 큰 방), 그리고 아들만의 침대방 겸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더 작은 방)을 만들어줬어요. 그런데 남매가 모두 방에 들어가질 않네요. 왜 그럴까요?”


더 큰 왼쪽방 : 남매의 공용 학습공간 / 더 작은 오른쪽 방 : 첫째의 침대방 ⓒ
더 큰 왼쪽방 : 남매의 공용 학습공간 → 첫째의 방이 되었다 ⓒ

첫째 아들의 방을 구획별로 나누고 아지트처럼 만든 이후, 아들은 방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늘어났다고 했다. 이제는 둘째 딸의 방도 아이만의 성향을 반영해서, 진짜 '마음 편한 공간'으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이 고민을 듣고 아이의 놀이 방식과 감각적 특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오른쪽 방 : 둘째의 새로운 방 ⓒ

딸은 조용하고 섬세한 7살 여자아이다. 겉보기에는 차분하지만, 그림 그리고, 드레스를 입고, 손톱에 색칠을 하며 자기표현 욕구가 뚜렷한 아이다.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엄마아빠사랑해” 같은 말을 쓰는 걸 즐긴다. 그런데 그 노트는 아무 공책이면 안 되고 꼭 자신이 이어 쓰던 노트여야 한다. 쓴 흔적이 보이지 않으면 거부감이 들고, 다시 처음부터 하려 하지 않는다. 작은 혼란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이 성향은 공간 구성에서 아주 중요한 단서였다.


필자는 아이의 방을 ‘정리된 자유로움’이라는 주제로 설계하기로 했다. 규칙은 명확하되, 그 안에서는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환경. 감각이 예민한 아이일수록 시각, 청각, 촉각 자극에 세심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안정된 배치와 부드러운 색감은 필수 요소였다.

다미네플레이스 @copyright_dodamine place

소파는 방 한가운데보다는 벽에 붙여 배치하고, 그 앞에는 작은 핑크색 사이드 테이블을 뒀다. 이 테이블은 바비인형 놀이, 캐치티니핑 피규어 놀이, 간단한 색칠 등을 위한 무대가 된다. 방이 넓지 않았기 때문에 테이블이 동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러그와 함께 중심축을 만들며 시선을 정리했다.


책장은 기능에 따라 나눴다. 소파 좌우로 책장을 두되, 하나는 높은 책장, 하나는 회전책장이다. 높은 책장에는 절반은 책을, 절반은 캐치티니핑 피규어를 전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는 정리와 표현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장치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단지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잘 보이게 진열해두면 그것 자체가 자기표현의 한 방식이 된다. 아이는 자신의 취향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성하며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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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은 창을 등지고 벽을 마주 보도록 배치했다. 시선이 외부로 분산되지 않도록 해서 집중을 도왔다. 문 옆에는 설치했다. 이건 단순한 학습 도구가 아니라 아이가 마음껏 그리고 지우며, 실수를 걱정하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안전지대다. 아이의 감정이 말이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되는 경우, 이런 시각적 출력 공간은 특히 유익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작은 책상은 아이에게 점점 좁게 느껴졌다.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고, 공책에 글을 쓰고, 인형 놀이까지 하다 보면 책상 위는 금세 가득 찼고, 아이는 다시 식탁으로 나가거나 소파 앞으로 옮겨 앉곤 했다. 놀이가 분산되면 집중도 흐트러지고, 사용한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 넓은 테이블로 교체하기로 했다. 가로 1200mm의 넉넉한 크기를 가진 이 테이블은 단순한 ‘큰 책상’이 아니다. 아이의 표현 욕구와 놀이 흐름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무대이자, 감정을 안정시켜 주는 심리적 여백이기도 하다. 충분한 공간이 주는 안정감은 몰입을 돕고, 놀이와 표현의 흐름을 끊기지 않게 해준다. 이 테이블은 아이가 하루 동안 겪은 감정과 상상을 꺼내어 놓고 정리하며,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어 가는 조용한 무대가 되어준다.


컬러는 아이가 선호하는 연핑크 계열을 활용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감각이 섬세한 아이일수록 자극적인 색보다는 이런 파스텔 계열이 정서적 안정을 도울 수 있다. 특히 커튼과 러그, 가구의 색조를 맞춰 시각적 일관성을 유지하면 공간이 안정감 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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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방은 예쁘기만 한 공간이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꺼내놓고, 정리하며, 자기 세계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용한 무대다. 아이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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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 : 아동심리연구소 플레이올라

신은경 도다미네플레이스 대표 dodamine_plac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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