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한국산 후판 반덤핑 조사...EU도 수입 제한 강화
중국산 열연 ‘밀어내기 수출’ 급증...국내 시장도 위협
업체들 특수강으로 제소 확대...“열연강판 관세 기대”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연합뉴스
최근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본격화하며 보호무역주의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에 이어 주요국들이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와 규제를 강화하는 등 수출 시장 환경이 얼어붙으면서다. 한국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과 일본산 주요 품목에 대한 맞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 산업통상부 산하 무역구제청(TRA)은 한국산 열간압연 후판의 덤핑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사 대상 기간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수입된 물량이며, 2021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영국 철강산업의 피해 여부도 함께 조사된다. 조사 대상 제조사로는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포함됐다. 무역구제청은 내년 2월까지 조사와 검증을 진행한 뒤 내년 8월 최종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영국 내 유일한 후판 생산업체인 스파르탄UK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스파르탄UK는 한국산 후판이 정상가격 이하로 대량 수입돼 자국 시장 점유율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영국 내 한국산 후판 수입량은 2021년 1만4000톤(t)에서 지난해 4만톤으로 급증한 바 있다.
유럽에서도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월부터 한국산 철강재 수입 쿼터를 축소하며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저가 철강이 유럽 시장으로 우회 수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동남아 국가들도 규제 대열에 합류했다. 베트남도 지난 4월 한국산 아연도금강판에 최대 15.67%의 반덤핑 관세를 임시 부과하며 한국 철강 수입에 장벽을 쌓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는 중국산 철강재가 급속도로 침투하고 있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21만7442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8%나 급증하며 8년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정부의 반덤핑 관세 예비 판정을 앞두고 중국 업체들이 ‘밀어내기’ 식으로 수출을 늘린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이에 대응해 특수강봉강과 열연강판 분야에서 반덤핑 제소를 강화하고 있다.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은 자동차 및 산업기계 핵심 부품 소재인 중국산 특수강봉강에 대한 반덤핑 제소 절차를 추진 중이다.
열연강판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올해 2월부터 중국과 일본산 제품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후판과 유사한 수준인 25% 이상의 고율 관세 부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24일부터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가 최대 38.02%까지 부과되면서 실제로 수입 물량이 급감하는 효과가 나타난 바 있다. 지난달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6만203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7201톤)보다 약 63% 줄었다.
업계는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가 국내 철강시장의 가격 정상화와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열연강판 조사 결과도 당초보다 일정이 늦춰졌으나 빠르면 다음 달 중 예비 판정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신청인이 제시한 덤핑률보다 높은 수치로 관세율이 결정됐던 점을 감안하면 큰폭의 관세 부과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선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에 일본이 포함된 데 따른 역공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일본향 한국 철강 수출 규모는 연간 360만톤에 불과하다”며 “특히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 부과 시 국내 철강업체들의 영업이익이 큰 폭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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