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도 ‘새 옷’ 입고 날개…중요해진 책표지 [종이책의 굿즈화①]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6.11 14:29  수정 2025.06.11 14:29

국가별 표지 정보 공유하는 독자들

고전도 새 표지 통해 가치 부여

안개꽃으로 가득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표지는, ‘책을 읽은 후 슬픔을 배가하는 것 같다’는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비극을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안개꽃이 수많은 희생자를 뜻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 책은 20여개국에 번역돼 출간됐는데, 온라인상에서는 이 책의 ‘국가별 표지’를 비교해 보며 의미를 곱씹기도 했다. 그중 한 예로 ‘인간의 행위’(Human Acts)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출간된 영국판 표지에는 총알을 크게 배치해 비극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소년이 온다 표지

지난해 10월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큰 관심을 받던 시기엔 교보문고 외국도서 베스트셀러 순위 1위 '채식주의자(영국판)', 2위 '소년이 온다(영국판)', 3위 '채식주의자(미국판)', 4위 '소년이 온다(미국판)', 5위 '흰(영국판)', 6위 '희랍어 시간(영국판)' 등으로 한 작가의 번역서가 상위권을 차지했는데, 나라별 표지가 달라 국내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 것이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꼽혔었다.


이렇듯 책의 표지는 제목과 작가의 이름, 그리고 로그라인 등 책에 대한 정보를 담기도 하지만, 독자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의미를 배가하는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것이 독자들의 구매로 직접 연결되기도 하는 셈이다. ‘작은아씨들’, ‘데미안’ 등 고전 소설을 초판본 표지로 재출간해 관심을 받은 출판사 더스토리, 독특하면서 개성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출판사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추천되는 것이 그 방증이다.


한 작가의 번역서가 국내 독자들의 관심을 받은 사례는 물론, ‘리커버판’, ‘특별판’ 등 책의 내용은 그대로지만 제목과 표지 등을 새롭게 탈바꿈해 재출간되는 도서에도 다시금 관심이 이어진다. 한 예로 2009년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난해 알라딘을 통해 리커버 한정판을 새롭게 출간했는데, 이때 다시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관심을 받았다.


출판계에서 10만부 기념 또는 10주년 기념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해 ‘리커버 에디션’‘한정판’ 등을 내놓는 흐름이 지금 새롭게 생겨난 흐름은 아니다. 2017년 조지 오웰의 '1984'와 '동물농장' 등 고전이 ‘리커버판’ 재출간을 통해 문학 부문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등 ‘리커버 에디션’이 유효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금은 ‘특별한 가치’를 추구하는 독자들의 성향과 맞물려 더 ‘적극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 출간 1년 만에 표지를 바꿔 다시 출간되는가 하면, 교보문고의 ‘리커버: K’와 예스24 ‘예스리커버’, 알라딘 ‘본투리드 프로젝트’ 등 서점이 리커버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 독자들의 관심을 독점하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오디오북, 전자책(E-BOOK) 등이 보편화 된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종이책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도 이어진다.


지금 독자들의 감성에 맞는 표지를 선보이거나, 희소성을 높여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등 책 자체를 새롭게 선보이기도 하지만 손바닥 크기의 미니북에 관련된 사진을 구성품에 포함하는 등 책의 형태 자체를 다양화하기도 한다. 북커버, 스티커를 비롯한 책꾸(책꾸미기) 용품을 선보이며 종이책의 ‘물성매력’을 배가하는 사례도 있다.


미니북, 오디오북 키링 등을 통해 책의 범위를 확대 중인 서점 겸 출판사 새고서림 관계자는 “이 같은 시도는 책을 더 풍성하게 즐기는 방식이자, 동시에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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