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기존 친윤계'와 '친김문수계'로 분화
당대표뿐 아니라 원내대표 후보도 '엇박'
친한계 포함 3파전 현실화 시 당권 '희박'
'16일 원내대표 선거' 앞둔 움직임에 '눈길'
국민의힘 최대 계파인 친윤계가 당권을 두고 동상이몽 하고 있다. 과거 윤석열 정권에서 권력을 누렸던 옛 친윤계와 김문수 전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나뉘면서 분화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향후 치러질 전당대회와 오는 16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전이 친한계를 포함한 3파전으로 치러질 경우, 옛 친윤계가 당권을 놓치는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 친윤(친윤석열)계로 불리던 세력이 서로 다른 당대표 후보와 원내대표 후보를 지지하면서 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친윤계의 분화가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김문수 전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간의 이른바 '강제 단일화' 과정에서부터 분화의 조짐이 보여왔기 때문이다.
경선 직후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로 대표되는 당 지도부가 김 전 후보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요구했다 실패하자, 친윤계는 김 전 후보 측에 붙은 일부 의원들과 당 지도부를 주축으로 하는 다수 의원들로 분화됐다. 한 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던 당내 지도부가 단일화를 강행하자, 김문수계는 비윤과 손을 잡고 한 전 총리와 '쌍권 지도부'를 비난하는 등 뚜렷한 분화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로의 단일화가 실패하면서 대선 기간 잠시 동행했던 친윤들은 대선 패배 직후 다시 분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김 전 후보가 41.15%(1439만5639표)를 얻어 이재명 대통령(49.42%·1728만7513표)과 8.27%p 밖에 차이나지 않는 접전을 펼치면서 김 전 후보측 세력은 더 불어났다.
아울러 대선 패배 직후 김 전 후보가 당권 도전을 시사하는 공개활동에 나서면서 당내에선 아예 '김문수계'라는 새로운 세력이 생겨난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이 끝나고 나서 41%의 득표율이 국민의힘을 향한게 아니라 김문수 후보를 향한 것이란 주장이 나왔을 정도로 확고한 세력이 생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단일화 정국 이후 정면으로 부딪힌 적 없던 옛 친윤계와 김문수계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건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이 등장하고 나서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8일 "당의 대선 후보를 부당하게 교체하고자 했던 과정의 진상을 규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부과하겠다"며 "비대위원장으로서 당무감사권을 발동해 이 사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선언은 구 주류의 반발을 불러왔다. 대선 후보 단일화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권영세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단일화 과정의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했는데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처음부터 '부당' 단일화로 규정한 건 앞으로 있을 진상규명 절차의 중립성을 의심케하는 매우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김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에 긍정적인 의사를 밝힌 의원도 있었다. 친한계인 박정한 의원은 혁신안 발표 직후인 8일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한여름날 소나기 같은 청량함을 느낀다"며 "더 이상 그 동안의 익숙함에 발목 잡혀 있어선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이제는 깨치고 나갈 때"라고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주목할만한 지점은 친윤계로 분류돼왔던 강민국 의원의 입장이다. 강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대선후보를 새벽에 기습적으로 교체시도한 과정을 당무감사 시킨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혁신과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고 적었다.
강 의원의 이 같은 반응은 앞서 지난 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 '김문수 후보가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취지의 당원 문자를 공개한 한기호 의원의 사례와 더불어 김문수계가 확고히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친윤계가 분화하면서 차기 당권은 물론 오는 16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전에서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됐단 점이다. 현재 기존의 옛 친윤계와 김문수계는 서로 다른 당대표와 원내대표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다른 한쪽에 20여 명의 친한계가 버티고 서 있는 만큼, 각자 다른 후보를 내세울 경우 표가 갈라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표가 갈라질 경우 친윤계의 계획은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옛 친윤계는 현재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후보를 내세워 향후 권한대행 체제나 새 비대위 체제로 당을 재정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원내대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경우 차기 당권을 놓치게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특히 김 전 후보가 실제로 당권 도전을 결심할 경우 이 같은 분화는 더 심화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서정욱 변호사는 1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구 주류(옛 친윤), 그 다음에 친한 이 정도로 분류하면 되는데 친윤이 많이 분화가 돼버렸다"며 "김문수 후보 쪽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또 한덕수 (전 총리) 밀던 사람들은 나름대로 독자 계보도 있고 따라서 일사분란하게 딱 양파전(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 전략기획부총장도 지난 9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구 친윤들이 분화하는 것이다. 멀윤을 거쳐서 귀순하는 사람도 생기고, 이쪽저쪽 중간에서 회색인이 되는 사람도 생기고 기존에 그냥 윤석열(전 대통령) 노선을 계속 고집하고 이어가겠다는 탈레반들도 생기고 그러니까 구 친윤이 다양한 각도로 이제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옛 친윤계로 분류되던 의원들이) 서로 각자 다른 원내대표 후보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누구 한 사람에게 명확하게 지지가 쏠리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당권이란 공동의 목표가 있는 만큼 언제든 다시 합칠 수 있단 가정이 가능하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봤을 땐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충돌이 있을 것만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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