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리스크에 물류비 상승 우려까지...삼성·LG, 고심 깊어진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06.18 06:00  수정 2025.06.18 06:00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해상 운임 상승

미국 정부 50% 관세 부과까지 맞물려

비용 상승 압박↑...가격 인상까지 고심

미국 로스앤젤레스 선적항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내 가전업계가 물류비 증가 압박에 직면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까지 맞물린 상황으로, 수익성 악화 요인이 산적한 국내 가전업계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 업계가 해상운임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국제해상운임료의 핵심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넉 달 만에 2000선을 돌파하면서다.


운송을 맡는 해운사들은 통상 SCFI 1000선을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지난 13일 기준 SCFI는 2088.24를 기록했다. 그만큼 해운사들이 높은 운임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SFCI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교역량 감소 우려가 확산하며 올 초 하락세에 들어섰지만, 90일 간 관세가 유예되면서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란-이스라엘 사태가 발발하면서 해상운임의 상승 기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가전업계의 물류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TV, 냉장고 등 부피가 큰 가전은 해상운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해 평균 SCFI는 2506를 기록했는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물류비로 전년대비 1조6000억원 이상 증가한 총 6조712억원을 지출했다. 삼성전자의 물류비는 전년보다 71.9% 증가한 2조9602억원, LG전자는 16.7% 늘어난 3조1110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는 올 1분기에만 약 1조4200억원의 물류비를 지출했다. 이같은 고운임 상태가 지속되면 올 2분기도 높은 수준의 물류비가 예상된다.


당장 미국의 관세 부과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가전업계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철강 파생 제품의 관세 부과 품목을 발표하며 냉장고·건조기·세탁기·식기세척기·냉동고 등을 새로 포함했다. 지난 3월 철강 25% 관세 부과 조치에 이어, 철강으로 만드는 파생제품에도 철강 함량 가치를 기준으로 25% 관세를 추가했다. 이 조치는 23일부터 적용된다.


가전 제품 원가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40%가 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 건조기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현지 생산 가전에 들어가는 미국산 철강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무부 발표 직후 가전 부문 주요 임원이 참석한 비상 회의를 진행했다. LG전자 역시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 주재로 긴급 전략회의를 열고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보호무역, 전쟁 등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운임비용의 급격한 변화가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급변하는 정세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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