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경쟁 전초전?…국민의힘 '원내사령탑' 둘러싼 쟁투에 눈길 [정국 기상대]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6.05 04:05  수정 2025.06.05 04:05

친한계, 권성동 포함 '지도부 사퇴' 요구

권성동 "공동체 의식 회복해야" 맞대응

친윤계 대응 전략도 감지…계파갈등 격화

'민주당 대응 실패·지지층 실망' 우려 제기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왼쪽)가 4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21대 대통령 취임선서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참패 직후 국민의힘 원내사령탑 거취가 주목 받고 있다. 원내대표의 거취가 어떻게 되느냐가 차기 당권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늠자가 될 수 있어서다. 친한계가 인적 혁신을 요구하며 새 원내대표 선출을 주장하는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가 쉬이 물러나지 않겠단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면서 차기 원내사령탑을 둘러싼 계파 간 내홍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당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 우리가 적을 향해서 싸워야 되는데 내부를 향해서 싸우는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단일대오'가 형성되지 못한 것을 꼬집은 발언이다. 특히 대선 경선을 치르면서 표면화된 계파 갈등이 공식 선거운동으로까지 이어진 모습을 직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친한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 전광훈 목사 등과 친분을 유지한 윤상현 의원이 대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되자 인선을 철회하지 않을 시 선거 운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이 단순히 친한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김문수 전 대선 후보 교체 시도가 불발되면서부터 친한계를 중심으로 불거져 나왔던 '권성동 사퇴 요구'를 본인이 정면으로 받아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대선 패배 직후 친한계는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친한계인 한지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경선 과정에서 지도부의 비이성적 행태로 정당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까지 보였다"며 "권력 앞에 고개 숙이며 민심을 외면했던 구태 세력들을 반드시 걷어내겠다. 건강하고 원칙을 따르는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구하겠다"고 적었다.


한덕수 전 총리와 김문수 전 후보 간의 이른바 '강제 단일화'를 강행하다가 실패했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이미 지난달 사퇴한 만큼, 이는 권 원내대표를 직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시 친한계인 박정훈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이 놀랄 변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는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선서에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처럼 친한계는 대선 기간 중 '계파 불용 조항'을 당헌에 삽입한 김용태 비대위의 해체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방점은 '권 원내대표의 퇴진'에 찍혀있단 분석이 나온다.


목적은 '당권 탈환'과 '당 쇄신'에 있는 만큼, 7~8월로 전망되는 차기 전당대회 전까지 임기가 12월까지 보장된 원내대표 자리를 우선 차지하는 것이 당권 확보를 위한 기선제압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이에 당 안팎에선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현실화된다면 친한계와 친윤계의 계파 대리전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한계의 목적은 비대위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친한계 원내대표를 세워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해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권 원내대표가 친윤 색채가 강한 것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일단 경쟁자를 제거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한계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모양새다. 실제로 친한계인 김소희 의원은 대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원내부대표 사의 의사를 표명했다. 아울러 당 안팎에선 3선 김성원 의원이나 송석준 의원 등이 친한계가 밀고 있는 차기 원내대표 후보라는 이야기도 이미 파다하다.


친윤계 역시 원내대표를 구심점으로 차기 당권을 거머쥐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가 구상하는 유력 방안 중 하나는 권 원내대표의 유임이다. 김용태 비대위와 권 원내대표 체제를 전당대회까지 유지하면서, 차기 당권을 친윤계 후보에게 밀어주자는 전략이다. 다만 친한계의 반발이 극에 달해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지 않을 수 없게 될 경우에는, 김기현 의원이나 나경원 의원과 같은 중량감 있는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계파 간 내홍이 격화될 경우, 시급한 현안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단 점이다. 아울러 계파 갈등이 격화되면 대선 패배로 실의에 빠진 당 지지층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국민의힘 한 의원은 "총선이 끝나고선 백서 작성 여부를 놓고 당권 경쟁을 벌여 지지자들을 실망하게 만들더니 이번엔 수습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당권 경쟁만 남은 모습"이라며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상황에서 어떻게 맞설 것인가를 논의해도 모자랄 시간에 뭘 하고 있는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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