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나 논란, 진짜 2차 가해는?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5.31 07:07  수정 2025.05.31 08:53

카리나.ⓒ SNS

최근 선거 국면에서 에스파의 카리나가 갑자기 논란의 중심으로 소환됐다. 5월 27일에 카리나가 개인 계정을 통해 일본에서의 일상 사진을 공유했다. 빨간 장미 이모티콘과 함께 사진을 올렸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사진 속에서 카리나가 빨간색으로 2번이라고 쓰여 있고 빨간색 줄무늬까지 있는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일부 누리꾼들이 이것을 정치적 지지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장미 이모티콘을 쓴 것은 이번 장미 대선을 가리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리나는 해당 사진을 바로 삭제했다.


그런데 28일에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당협위원장이 자신의 개인 계정에 "위선자들의 조리돌림. 신경 쓸 가치 없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심할테지만 이겨냅시다!"라며 카리나의 사진을 올려 논란이 가중됐다. 이 위원장은 "#카리나 건들면 니들은 다죽어"라고 쓰기도 했다.


정치인이 나서면 카리나가 정치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미지가 더 강화된다. 하지만 카리나가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는 근거는 없다. 카리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일상사진을 공유했을 뿐, 그 어떤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지지 표현을 할 생각이었다면 당연히 관련 발언을 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연예인의 정치 발언은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일단 의사 표현을 하면 대중이 가만히 있질 않기 때문이다. 해당 연예인의 스타성 정도에 따라 엄청난 논란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치적 의사 표현은 스타에겐 자신의 연예계 커리어를 걸어야 할 정도의 중대 사안이다.


그런 의사 표현을 할 정도면 비상한 결단을 내린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그와 관련된 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리나는 정치적 발언을 한 적이 없고 그저 일상 공유만 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진의 숫자와 색깔은 정치와 상관없는, 우연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특히 카리나는 특급 스타 아이돌이다. 스타 아이돌은 조금만 돌출적 언행을 해도 엄청난 논란에 휩싸이기 때문에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한다. 애당초 정치 발언을 상상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게다가 카리나는 솔로 가수가 아닌 걸그룹의 일원이다. 자신의 행동으로 팀 전체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어서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사진이 정치적으로 해석되자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해 즉시 삭제했을 것이다. 그렇게 삭제한 사진을 굳이 이 위원장이 다시 올리며 논란을 키웠다. 카리나가 당할 피해를 키운 셈이다. 이 위원장은 ‘2차 가해’를 걱정했지만 이야말로 2차 가해 아닌가?


정치 이슈와 엮이는 것 자체가 카리나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연예인에게 정치 이미지를 ‘묻히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당사자가 관련 발언을 한 것도 아닌데 제3자들이 마음대로 예단해서 연예인을 정치적으로 내세우는 건 폭력이다.


한국에서 이런 일들이 수시로 벌어진다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 양대 정당의 색깔이 다 매우 흔한 색이다. 그렇다보니 선거 때만 되면 연예인의 착장 색깔 관련 논란이 벌어진다. 무심코 브이자 손가락 모양을 하거나 첫 번째라며 한 손가락을 들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게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러니 연예계에 공포분위기가 감돈다. 선거 때면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조심하면서 옷 단속, 모자 단속, 손가락 포즈 단속 등을 하는 것이다. 이번 카리나 논란을 겪었으니 앞으론 기획사들이 아이돌 선거 논란 관련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게 될 것 같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거 때 정치적으로 나서려고 작정한 이들은 알아서 정치적 발언을 한다. 그런 정치적 발언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편적인 일상모습 공유 정도 가지고 정치화하는 건 지나치다. 무의미한 공포분위기 조성은 끝내는 것이 좋겠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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