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채무계열로 첫 지정 뒤 이듬해 제외됐지만 1년 만에 다시 편입
총차입금 줄었지만 경기침체 등 대비해 은행 신용공여액 늘린 게 영향 미친 듯
지난해 총차입금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백화점그룹이 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 안정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주채무계열’에 재편입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2024년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지 1년 만에 다시 편입됐다.
주채무계열 제도는 주채권은행이 주요 대기업 그룹의 재무구조를 매년 평가하는 제도로, 평가 결과가 미흡한 일부 기업집단을 대상으로는 별도로 약정을 체결해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기도 한다.
은행업감독규정은 총차입금이 전전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1% 이상이고, 전년말 은행권 신용공여잔액이 전전년말 전체 은행권의 기업 신용공여잔액 대비 0.075% 이상인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23년 최초로 주채무계열로 지정됐다.
기업 규모가 큰 30대 그룹 가운데 상대적으로 늦게 지정된 케이스로, 재계에선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한 경영 기조에 기인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4년에는 차입금을 상환하며 곧바로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올해 다시 주채무계열로 재지정된 것인데, 이를 두고 재계와 금융권에선 특히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의 자산규모가 늘어나고 총차입금이 줄어든 상황을 고려할 때, 은행 신용공여액 증가가 주채무계열 재지정의 배경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해말 현대백화점그룹 자산규모(22조1840억원)는 1년 전인 2023년(21조6380억원)과 비교해 5000억원 이상 늘었지만, 작년 말 총차입금(2조9985억원)은 2023년(3조2398억원)보다 오히려 2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차입금이 늘어 주채무계열에 재지정된 것이 아니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경기 침체 가능성 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은행권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 주채무계열 편입에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신용공여액은 대출 한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산정되기 때문에 기업의 실질적인 차입금 증가 여부와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재계 안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재무 건전성과 신용도가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내실 속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 기조를 유지해 와 외부 차입에 대해선 보수적인 편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재계 순위는 자산총액(공정자산) 기준 24위이지만, 부채비율의 경우 51.2%로 동업계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의 경우 부채비율은 115.8%이며, 신세계는 부채비율이 93.8%에 달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신용도 역시 우수하다. 모기업인 현대백화점은 유통업계에선 유일하게 신용등급 AA+를 유지하고 있다.
AA+ 등급은 재무 안정성과 현금창출력, 채무상환능력 등 각종 지표에서 초우량한 기업에게만 부여된다.
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한무쇼핑 등 계열사의 경우 단기 최고 등급인 A1 등급을 유지해 자본시장에서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사실상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2024년 기준으로 보면 30대 그룹 중 주채무계열에 편입된 곳은 지정 대상이 아닌 금융그룹 2곳을 제외한 삼성, SK, 현대차 등 24개 그룹에 달하며, 이외에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공시 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11곳도 주채무계열에 편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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