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3년 간 경영시계 멈춘다… 미래 전략 차질 불가피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5.29 16:33  수정 2025.05.29 16:34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실형 3년 선고

경영 시계 '제동'… 투자 및 주요 결정 차질 불가피

한온시스템 정상화 및 美 관세 등 숙제 산적

지난해 1월 11일 조현범 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의혹으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그룹사 경영시계가 멈춰섰다. 최근 인수한 한온시스템의 경영 정상화 작업과 미국 관세 대응, 핵심 사업 투자 등 촌각을 다투는 주요 사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오너 공백으로 인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29일 조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졌던 조 회장은 이날 법원 선고로 보석이 취소, 다시 구금되게 됐다. 조 회장 측은 그간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해왔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2017년 12월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로 2023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MKT는 한국타이어와 조 회장, 그의 형 등이 대부분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이로 인해 한국타이어가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 금액은 131억원으로,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봤다.


이 외에도 조 회장은 회사 자금 50억원을 지인 운영 회사에 사적인 목적으로 대여하고 20억여원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약 200억원에 달하는 횡령·배임 혐의로 2023년 3월 구속 기소됐다. 같은해 7월에는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금품 등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도 추가 기소됐다.


조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경영 투명화에 소홀했던 것 등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함께 재판받는 동료들은 한국타이어를 위해 성실히 업무를 수행한 것뿐"이라며 "부디 동료들에게는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조 회장의 법정 구속에 따라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오너 공백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에 또 다시 놓이게 됐다. 특히 올해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단 점에서 조 회장의 경영 공백 타격은 여느 때보다 클 전망이다. 앞서 조 회장은 2020년, 2023년 구속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바 있다.




우선 한국타이어로서는 조 회장이 가장 집중해온 한온시스템 쇄신에 제동이 걸린 것이 가장 큰 숙제다. 한온시스템을 3년 내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한 조 회장이 3년간 구속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조 회장은 올 1월 자동차 열관리 솔루션 업체인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이후 줄곧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강도높은 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왔다.


한온시스템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한온시스템의 1분기 매출(2조6173억원)은 1년 전보다 8.9% 늘었지만 영업이익(211억원)은 68.5% 감소했다. 전기차 캐즘 완화 등으로일정부분 회복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한국타이어와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추가적인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그룹 내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트럼프발 관세 대응은 사실상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현재 자동차 부품에 붙는 관세 부과는 유예된 상황이지만, 언제라도 시행될 수 있는 큰 불확실성을 안고 있어서다. 기존 사업은 전문경영인이 힘을 보탤 수 있더라도, 관세 정책과 같이 갑작스러운 수익피 해가 발생하는 문제는 오너의 빠른 결정과 대응책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


그룹 차원에서 밀어붙이던 투자 시계도 멈춰섰다. 최근 조 회장은 그룹 산하에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한국앤컴퍼니벤처스'를 설립하고, 창립 84년 만에 처음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었다.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조현범 회장의 구속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경영 공백 때마다 전문경영인과 사장 체제로 사업을 차질없이 유지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올해는 조 회장이 직접 이끌던 숙제가 많은 상황"이라며 "오너의 사법리스크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 문제이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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