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재건' 재심 사건 무죄 확정…51년 만에 벗어던진 '간첩 누명'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5.05.29 13:08  수정 2025.05.29 13:09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 무죄 선고 원심 확정

당시 통혁당 재건 간첩으로 몰려 17명 유죄 판결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따라 증거능력 인정 안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시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간첩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던 고(故) 진두현씨, 고 박석주씨가, 보안사령부에 연행된 지 51년 만에 무죄를 확정 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이날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사형과 징역 10년을 확정받은 진씨와 박씨의 재심 사건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통혁당 사건은 지난 1968년 8월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대규모 간첩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주범 김종태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남한에서 반정부·반국가단체 활동을 했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이로부터 6년 뒤인 1974년 11월 보안사령부가 민주수호동지회에서 활동하던 진씨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통혁당을 재건하려 했다고 간첩으로 몰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한 공안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민간인 15명과 군인 2명 등 총 17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에서 진씨는 사형을, 박씨는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진씨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16년간 옥살이를 하다 1990년 출소했고 2014년 세상을 떠났다. 박씨의 경우 1984년 복역하던 중 숨졌다.


당시 진씨 외에도 박기래·김태열·강을성씨 등 3명이 사형을 선고 받았는데, 김씨와 강씨에게는 실제 사형이 집행됐다. 고 박기래씨의 경우 유족 측이 재심을 청구해 2023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았다.


진씨와 박씨에 대한 재심 논의는 지난 2017년 10월 진씨와 박씨 유족이 무죄를 주장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유족은 보안사 수사관들로부터 불법 구금, 가혹행위 등을 당해 두 사람이 허위자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유족의 재심 청구 이후 6년의 시간이 흐른 2023년 7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은 약 50년 전 판결에 대해서 재심 사유가 있어서 작년 7월 개시하게 됐다"며 "불법 체포, 구금돼서 가혹한 수사가 이뤄졌단 것이 재심 개시 결정 사유"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취지의 진술은 보안사에 의해 불법 구금돼 가혹행위 당한 이후 임의성(자발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걸로 보인다"며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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