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내놓는 땅꺼짐 대책...예방책 마련은 여전히 부족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5.05.30 07:00  수정 2025.05.30 07:00

대형 땅꺼짐 사고 원인 ‘굴착 공사 부실’ 지목

“부실공사도 문제지만…사고 원인 복합적”

지반조사에 충분한 예산 확보 필요성 제기

집값 폭락 논란 ‘땅꺼짐 지도’ 공개는 긍정적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땅꺼짐 사고 현장. 땅꺼짐(싱크홀)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정부에서도 뒤늦게 부랴부랴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건설업계에선 미봉책이란 지적이 나온다.ⓒ연합뉴스

땅꺼짐(싱크홀)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정부에서도 뒤늦게 부랴부랴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건설업계에선 미봉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도 GTX를 비롯해 철도 지하화 등 지하공간에 대한 개발 수요가 지속되는 만큼 충분한 비용을 투입해 지반에 대한 탐사와 모니터링, 데이터 관리 등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대규모 지반침하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굴착 관련 공사의 부실 가능성이 꼽히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지반침하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고 원인의 57%가 상하수관 및 기타 매설물 손상으로 지목됐다.


다만 대형 사고만 따로 분석하면 굴착공사 부실, 다짐 불량, 상하수관 매설공사 부실 등 시공상 문제가 36.8%로 사고 원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는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굴착공사장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해 대응에 나섰다. 우선 ‘지하안전법’ 개정을 통해 국토부의 직권 현장조사 권한을 활용해 직접 현장조사를 수행하고 사전에 위험구역을 선별해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국토안전관리원은 지반 탐사장비인 지표투과레이더(GPR) 장비를 지속 확충해 현재 13대인 장비를 오는 2029년까지 30대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굴착공사 관련해선 착공 전 대규모 사업의 경우 지하안전평가를 분할 발주하거나 굴착 깊이가 10~20m 안팎인 연약지반의 소규모지하안전평가 대상 공사도 착공 후 지하 안전조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현장 여건에 맞는 흙막이 가시설 공법, 차수공법 등이 선정될 수 있도록 공법 선정의 공정성을 개선하고 전문가 의견과 지난 3월과 4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 경기 광명 일직동에서 각각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설계 기준을 개정한다.


다만 땅꺼짐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이번 대책만으로는 선제적인 사고 예방이 어렵다는 관측이 크다.


김병수 영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반이 무르거나 지하 수위가 높거나 혹은 상수도 파괴로 인해 물이 흐르는 현상 등이 발생할 때 문제가 생기는데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긴 쉽지 않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 다른 나라에 비해 공사 전 지질 조사에 적은 비용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조사 결과가 부실해지는 문제로 이어진다”며 “시공 중에도 기술적인 한계로 땅꺼짐 조짐을 감지하고 대책을 세워 대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대규모 굴착공사에선 부실공사가 땅꺼짐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가 맞다. 차수공법, 지반보강 등이 부실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번 대책이 굴착공사만 한정됐는데 실제 땅꺼짐은 상하수도 노후, 지하철 및 지하 공간이 있는 대형 건축물 등의 배수 관련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꼬집었다.


국토교통부 청사 전경. ⓒ 데일리안 DB

이에 전문가들은 지반조사의 내실화를 꾀하고 조사에 투입하는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학과 명예교수는 “민간과 공공의 역할을 구분 짓고 민간에서 취득한 조사자료는 데이터화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시·군·구는 민간 업체가 실시한 조사를 통해 위험지역을 파악하고 국토부가 이를 보고 받아 분석해 위험 지역을 집중 탐사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공사 전 지질 및 지반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이 확보돼야 하며 정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시공 과정에서는 지하 안전성평가 등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간략하게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는 정도”라며 “전문가들이 투입돼 땅꺼짐 문제 가능성을 진단하고 대비책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땅꺼짐 관련 지도를 만들고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에 지반침하 사고 현황 및 지반탐사 결과 등을 다음 달 공개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조 교수는 “땅꺼짐 위험도를 분류한 자료를 민간에 발표해 시민들이 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위험도가 높은 지역의 집값이 떨어진다며 정보 공개를 꺼리는데 이는 개인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도에 싱크홀 가능성이 높다, 보통이다, 낮다 정도로 표시를 해서 제공해야 한다”며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발표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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