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월드투어
"보법이 다르지 펄떡 My stompin"
피원하모니가 자신들만의 색깔로 히어로 서사를 뒤집고 커리어 정점을 찍었다. 정의롭고 고귀한 영웅이 아니라, 삐딱하고 자신만만한 여섯 영웅들의 '더!'(DUH!)라는 한 마디에는 팀으로서의 성장과 세계관의 확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규 1집 ‘때깔'(Killin’ It)을 통해 세계를 구한 숨겨진 히어로로서 자신들을 드러냈던 피원하모니는, 전작 '새드 송'(SAD SONG)에서 영웅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진중하게 풀어냈다.
그리고 이번 신보 ‘더!'에서는 "이렇게 멋있는 우리가 필요 없다고?"라는 도발적인 반문과 함께, 영웅의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는 '영웅 파업'을 선언하는 반전을 가져다줬다. 이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위트 있게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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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 ‘더!’는 팀이 처음 시도한 올드스쿨 힙합 장르로, 거친 듯한 사운드 위에 각 멤버의 유연한 톤이 얹혀 강한 인상을 남긴다. 고전적인 비트를 재해석한 이 곡은 '영웅이지만 파업 중인' 이들의 선언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며, 기존 K팝 히어로 서사와는 궤를 달리한다. 유머와 태도로 자신감을 드러내는 가사들이 가득하다. 피원하모니가 다른 팀과 구분되는 가장 명확한 지점이다.
피원하모니는 멤버들이 매 앨범마다 전방위적인 제작에 참여한다. 리더 기호를 중심으로 멤버 전원이 작사·작곡은 물론, 안무와 파트 분배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만들어진 기획을 잘 실행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팀이라는 점이 이번 앨범을 통해 더욱 뚜렷해졌다.
멤버 기호가 작사·작곡한 수록곡 ‘프리티보이'(Pretty Boy)는 '예쁘다'는 표현을 둘러싼 시선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특히 해외에서 K팝 남자 아이돌을 향해 종종 사용되는 '프리티'(Pretty)라는 단어는 겉으론 칭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남성적인 매력이 부족하다"라는 이질화된 시선이 깔려 있다. 특히나 짙게 화장하고 화려한 비주얼을 지향하는 케이팝 보이그룹을 프레임에 가두는 의미로도 사용되고는 한다. 기호는 이 같은 인식을 피원하모니다운 방식으로 받아친다.
지웅이 작곡한 '플래시'(Flashy)는 타이틀곡과 이어지는 서사를 완성하는 또 다른 축이다. 물질적인 화려함이 아닌, 존재 자체에서 비롯되는 진정한 빛에 대해 노래했다. 팀이 가진 독립적 매력과 정체성은 '우리가 남들과 다른 이유'를 스스로 정의하고 제시했다.
막내 종섭이 작사·작곡한 '워크'(WALK)은 그 동안 그가 사운드클라우드에서 공개했던 '기억상실증', '달', '타임' 등의 곡들과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최선을 다했으니 내려놓고 즐기자는 곡으로 이번 신고 마지막 트랙으로 배치돼, 영웅 서사의 마지막 챕터처럼 기능한다. 자신을 소진시키지 않고, 삶을 즐길 줄 아는 영웅의 새로운 해석으로 읽힌다.
성과도 뚜렷하다. 이번 앨범은 초동 44만 장 이상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한터차트 주간(2025.05.05~2025.05.11) 피지컬 앨범 차트 및 월드 차트, 써클차트 주간(2025.05.04~2025.05.10) 리테일 앨범 차트 및 앨범 차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MBC M, MBC every1 ‘쇼! 챔피언’, KBS2 ‘뮤직뱅크’에서 1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뿐만 아니라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23위, ‘월드 앨범’ 1위, ‘인디펜던트 앨범’ 3위, ‘톱 앨범 세일즈’ 3위, ‘톱 커런트 앨범 세일즈’ 3위를 차지했으며, 피원하모니는 ‘아티스트 100’ 19위에 이름을 올리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피원하모니의 ‘더!(DUH!)’는 단지 한 앨범의 성공을 넘어, 팀이 어떤 존재로 성장해왔는지를 증명하는 결정적 챕터다. 위트 있는 농담 속 안에 진심들이 녹아있고, 유쾌한 반문 뒤에는 증명된 결과와 음악으로 설계된 자신감이 버티고 있다.
이 중심엔 단단한 음악적 기초 체력을 가진 여섯 명이 있다. 일명 '구멍이 없는 팀'으로 능력치가 평균 이상인 멤버들을 뜻하는 말이다. 누가 앞에 나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어떤 파트든 설득력 있게 끌고 간다. 보법이 다른 피원하모니의 다음 챕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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