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 도입 40여년 흘렀지만 정권마다 평가지표 다양
세부 항목까지 정부 통제 미쳐···자율성·효율성 저해
전문가 “평가지표 단순화, 모호한 지표 줄여야”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이 2023년도 공공기관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공공기관의 운명은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이하 경평)’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은 경평 결과에 따라 임금과 성과급이 삭감·폐지되기도 하고 나아가 기관장 인사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기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평 제도지만 도입 41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공공기관의 근본적인 기능·역할·가치 등을 판단하는 명확한 척도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는 평가 기준과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공기관 경평의 시간이 돌아왔다. 지난 결과를 톺아보고 공공기관의 운영 효율성·공공성을 도모할 수 있는 경평의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공공기관 개혁은 과제로 뒤따랐다.
정부는 국정 과제와 철학을 담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이하 경평)의 평가지표를 제시, 공공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의무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그러나 공공기관 경평은 정권에 따라 기준과 중요도가 달라져 피평가자인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역으로 의문을 제기하게 하고 있다.
정부 기조에 따라 평가지표가 달라지고 주관성이 짙은 항목, 복잡한 평가지표 등으로 인해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는 평가지표를 단순화해 공공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평 도입 41년···정권 바뀌면 ‘또’ 수정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을 평가한 책자.ⓒ연합뉴스
공공기관 경평은 1984년 공공기관 운영 효율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도입됐다.
지난 40여년의 시간 동안 수차례 수정과 보완을 거쳤음에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그만큼 제도의 한계, 실효성 등 해묵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평은 정권과 함께 기준이 바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무성과관리’를 중점에 뒀다. 물론 윤 정부뿐만 아니라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모두 평가지표를 수정했다. 한마디로 입맛에 따라 기준이 바뀌어왔던 셈이다.
정부는 2006년에는 공공기관 퇴직연금 도입을,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엔 부채 감축과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을, 2014년에는 방만 경영, 2015년엔 임금피크제, 2016년에는 성과연봉제 운영 등을 각각 경평 지표에 반영했다.
해마다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이유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는 경영관리부문의 효율성 배점을 낮추고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 구현에 방점을 찍었다.
오락가락 지표 비중, 자율성 저해···“평가지표 단순화 필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노총 공공연맹 등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 조합원들이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공공성보다 이윤을 최고 가치로 평가한다고 주장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경평 기준이 자주 바뀌면서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물론, 국민만족도 개선이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는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중 공공기관 경평의 지표 비중은 해마다 논란이다. 경평은 경영관리, 주요 사업 등을 계량·비계량 지표로 나눠 평가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공공기관별로 기능과 특성이 모두 달라 지표에 맞춰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게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또 공공기관 경평은 번번이 아쉬움을 남기며 국민의 신뢰성도 저해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평가 결과가 뒤바뀌는 일관성없는 모습으로 인해서다.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지적 역시 늘 반복돼 왔다. 경평 결과에 따라 임직원의 성과급이 깎이고, 미흡이하(D·E)의 낙제점을 연달아 받는 곳은 기관장의 자리도 위태로워진다.
이로 인해 일선 공공기관은 경평 기간이 다가오기도 전부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경영 자율성 도모와 비효율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시작된 공공기관 경평이 아니러니하게도 자율성을 억누르고 있는 용도가 돼버린 것이다.
김태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공기업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이에 경평을 도입해 모니터링하고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한 것”이라며 “지금은 재무 정보나 일의 성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과거의 방식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공공기관의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성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된다. 이종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비공개로 평가위원을 선정·투입하고 있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나 외부에서 투입된 전문가들이 자료를 토대로 질문을 던지고, 평가하는 시스템은 객관성·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평가항목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가지표가 지나치게 많고 일부 평가지표는 다소 주관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까닭이다.
지나치게 세부적인 부분까지 정부의 통제가 작용하면 공공기관의 자율성·효율성을 도모한다는 경평의 취지와는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성과급 등과 직결돼 있는 만큼, 공공기관은 배점이 높은 항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김태윤 교수는 “복잡한 평가 구조로 인해 한쪽으로 치우친 평가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가지표 체계를 단순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주관적인 항목도 있다. 다소 모호한 평가지표 역시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민간과 사회에서 비판의식을 갖고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하는지 바라볼 때 비로소 온전한 경평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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