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민주당, 자코뱅적 급진성 탈피 의지 있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5.22 07:07  수정 2025.05.22 10:13

민주주의의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

법치주의 공격하는 포퓰리스트들

러시아제 저격용 소총 진위 밝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파주 금릉역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리시 수낙 전 영국 총리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했다. 여전히 근대민주정치의 본향이라는 상징적이고 현실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 정치를 현장에서 이끌었던 사람이다. 경험에서 피부로 느낀 위기감을 토로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텍스트 없이 신문에 보도된 단지 몇 마디의 말만으로 그 대의를 파악해서 전달한다기는 무리다. 그러나 그 몇 단어들이 이 시대의 정치적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짚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

수낙 전 총리는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강연을 통해 “전 세계 각국에서 우리가 확고하게 믿고 있던 민주주의의 개념과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독재·권위주의 정부에 마음의 문을 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민주주의 위기의 조짐이자 현상으로서 그가 제시한 예다. 행사 주최 측인 조선일보가 그렇게 보도했다. 그가 지적한 영국 정부의 당면 최대 난제는 ‘정부의 신뢰 위기’다. 그 원인을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영국 내부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경우 조부모·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생활 수준을 바라고 밝은 미래를 원하지만 그게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외부적으로는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 등 독재·권위주의 국가들이 끊임없이 세력을 키우고 있다.”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으나 유사한 처지에 놓인 대한민국의 국민이 느끼는 문제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는 ‘젊은이’에 국한되지 않는 전 세대적인 문제다. 세계의 이단적 국가와 그 통치 세력의 정치·경제·군사적 도발도 민주주의 국가들 모두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위기 요인은 단지 그것뿐일까? 물론 아니다. 수많은 위기의 요인들이 수많은 학자에 의해 지적되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도 많은 나라들이 민주주의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에서 비롯되는 권위주의적 지배에로의 회귀는 바로 우리나라의 정치에서,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의 예에서 목격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심각한 것이 정치적 포퓰리즘의 확산과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권력 장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인상적인 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지만 사실은 여러 나라에서 목격되는 광범위한 현상이다. 나라 경제를 말아 먹은 것으로 역사적 인물이 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인물이기에 충분하다.


정치적 포퓰리즘을 말할 때 우리나라의 좌파 정치인들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 첫머리에 올라갈 사람은 당연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그의 제19대 대통령 취임사는 역사상 유례없는 허풍과 위선의 문건이었다. 그중에서도 절창은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였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법치주의 공격하는 포퓰리스트들

그가 내세운 정부의 정책 모토였다. 물론 지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말은 그 자신의 표현이 아니라 중국 인민일보를 흉내 낸 것이었다. 인민일보는 당대 중국 핵심 가치관 12개 중 ‘공정’에 대해 “우리가 주창하는 공정은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을 강조할 뿐 아니라 ‘결과의 정의’까지 모두 겸하고, 현 사회생활의 각 영역, 각 계층, 각 계층, 각 방면에 걸친 공정을 말한다”라고 정의했다. 출처도 밝히지 않고 자기의 말인 것처럼 한 것은 공정·정의에 반하는 처사 아닌가?


실제 정책에서 대중적 인기에 영합해서 앞뒤 안 가리고 강행한 것으로는 이른바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이란 것이 있다. 최저임금을 수직 인상하게 시키면서 소득이 성장을 주도하게 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 소득이 어디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적대적 고려만 한 결과였다.


그 포퓰리즘 정책의 희생자는 영세상공업자, 특히 자영업자들이었다. 이 사람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도 문 전 대통령은 평산리 저택에서 월 1400만원의 세금 없는 연금에다 65명에 이르는 대통령 경호처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풍요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좌파의 리더가 이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좌파 정치인들은 유난히 ‘국민’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들의 뇌리에는 ‘권력’만 있을 뿐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추측건대 그렇다.


“최근에는, 새로 등장한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권력을 되돌려준다는 약속 아래 대단한 성공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런 정치 지도자들이 정부를 구성한 경우, 이들은 사회를 훨씬 덜 자유롭게 만들었으며 순식간에 시민들의 진정한 선호를 무시해버렸다. 헝가리, 필리핀, 폴란드, 미국에서 개인의 권리와 법치주의는 포퓰리즘 권위주의 지도자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 민주주의 없는 권리 보장 체제, 그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권리 보장 없는 민주주의 체제로 밝혀졌다”(야스차 뭉크, 『위험한 민주의』‘ 함규진 역).

우리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좌파 정치세력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자코뱅(고전적 급진주의에서 파생된 이념. 로베스피에르주의라고도 불리며 좌파의 시초)적 급진성이다. ‘볼셰비키 혁명’이나 ‘중국 공산당 혁명’ 같은 것을 예로 들었다가는 난리가 날 테니까 ‘자유 평등 박애’의 기치를 내걸었던 프랑스 혁명의 주도 세력을 예로 드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혁명을 좋아하고, 특히 프랑스 혁명을 좋아한다고 역설했었다. 문 전 대통령도 혁명 예찬자로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촛불혁명’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강조하곤 했던가.


러시아제 저격용 소총 진위 밝히라


자코뱅은 당초 온건파 지롱드당과 경쟁하는 입장이었으나 1793년 6월 상퀼로트(반바지를 입지 않은 빈민대중, 반바지는 귀족들만 입을 수 있었다)의 지원받아 국민공회를 장악했다. 자코뱅은 급진적이었고 그 상징적 국면이 공안위원회와 보안위원회를 앞세운 공포정치였다. 이때부터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이듬해 7월까지 30만 명이 체포되어 1만6600명이 반혁명 행위로 처형되고, 다른 4만명이 즉결 처형되거나, 재판 대기 중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위키피디아, 프랑스 혁명; 휴 고프 Hugh Gough, 프랑스 혁명의 공포, 2010년 판).


어떤 혁명이든 엄청난 인명피해와 사회 및 국가 혼란을 수반한다. 혁명주의자들은 그 점을 잘 안다. 잘 알 뿐만 아니라 그걸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당 대표로서 이끈 민주당이 어떤 태도로 입법과정을 전횡했는지는 모든 국민이 목격한바 그대로다. 이 후보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그 자신과 민주당이 어떻게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검찰·법원에 위협을 가해 왔는지는 당사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 점에서 이들은 귀환 불능점(Point of No Return)점을 넘어 버렸다. 이제는 앞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그 집단적 정의감이 두렵다.


<추신>

민주당 이 후보가 방탄유리의 보호를 받으며 유세하는 데 대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비판에 대해, 지난해 등산용 칼 공격을 받은 사실을 상기시키며 “반성해도 모자랄 자들이 국민을 능멸한다”고 몰아세웠다. 범인이 문재인 정부 때의 부동산정책, 대북 굴욕 정책 등에 반감을 갖고 벌인 일이라고 했는데 왜 김 후보를 향해 ‘반성해도 모자랄 자들’이라고 했을까? 그게 왜 국민을 능멸하는 일인지도 분명히 밝힐 일이다.


그리고 방탄 유리벽 속에서 하든 아예 방탄 유리상자를 만들어 그 속에서 하든 그건 이 후보 측의 자유다. 다만 ‘사정거리 2km의 러시아제 소통 밀반입 제보’의 출처와 신빙성에 대한 조사 결과부터 밝히고 나서 방탄 소동을 벌이는 게 도리다. 트럼프가 저격당했으니 자신도 칼 정도가 아니라 저격용 총으로 당할 수 있다는 식의 억지는 쓰지 않는 게 좋겠다. 보기에 민망해서 하는 말이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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