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치적 재기' 발판 인천서 집중유세
차기 정부 역할엔 '재정 지출 확대' 예고
피습사건 들어 '조봉암·김대중' 소환하고
국민의힘 '배우자 토론' 제안엔 "기막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에 이은 자신의 두 번째 정치적 고향 인천을 찾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고, 사법살인을 재소환 하는 등 '내란은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인천 출신으로 최초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된다.
이재명 후보는 21일 인천에서 사흘 간 이어진 수도권 집중유세를 마무리했다. 인천은 그의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곳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 석패, 3개월 후 계양을 보궐선거에 승리해 원내 입성했다. 이후 그는 속전속결 당대표 당선과 연임을 이뤄냈고, 최근 당내 경선을 통해 21대 '대선 재도전' 티켓을 획득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에도 이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를 방증하듯 이날 이 후보의 부평역 광장 유세 중 일부 유튜버와 지지자가 온열질환으로 119구급대에 실려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후보는 "땡볕에 이렇게 많은 분이 함께해주시는 것은 여러분이 꿈꾸는 세상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주인이 돼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신변 위협 문제로 방탄유리를 설치하는 등 경호를 강화하자 불거진 정치권의 비판에 반박하기도 했다. 부평에서 유세를 마친 이 후보는 인천 서구 유세에서 "방탄막 설치했다고, 경호원이 지킨다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국민은 누구나 비난해도 될 자격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태를 만든 국민의힘과 대통령 후보, 그들은 암살의 실제 피해를 당한 나를 향해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히 이 나라 주권자들이 주권을 행사하는 신성한 선거에서 정적 제거 암살을 시도하는 어둠의 세력은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며 "이번 선거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이재명과 김문수의 경쟁이 아닌 대한민국과 반(反)대한민국 세력의 전쟁이자, 헌정 수호세력과 헌정 파괴세력 간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지지자들은 "내란 세력은 이참에 싹을 잘라야 한다"며 격하게 호응했다.
이 후보는 인천 남동구 유세에선 조봉암 선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론, '사법살인'을 재소환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선고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날 부정선거 의혹을 주제로 만든 영화 시사회에 참석하는 등 일종의 '정치개입'에 나섰다는 해석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픈 근현대사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내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인천이 낳은 훌륭한 정치인 조봉암 선생을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없는 죄를 씌워 사법 살인했다. 김 전 대통령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내란'을 음모했다며 사형시켰다"고 열거했다.
해당 전례를 통해 자신도 같은 부류의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나도 목에 칼이 들어와 1㎜ 차이로 겨우 살았고 지금도 방탄유리와 경호원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며 "6월 3일은 내란세력이 나라를 함부로 농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첫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 시찰에서 괴한에 피습을 당해 생사의 기로에 놓인 바 있다.
그간 '호텔 경제론' '커피 원가 120원' 등 논란성 발언에 대한 정면 돌파도 시도했다. 이 후보는 "돈이 돌지 않으면 돈이 아니지 않느냐. 10만원이라도 돈이 왔다갔다가 몇 번 돌고 그게 10바퀴를 돌면 100만원이 되는 것"이라며 "그게 경제 활성화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더니 이상하게 꼬고 있다. 이해를 못하는 것이라면 바보고 곡해를 하는 것이라면 나쁜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국가 경제악화에 따른 차기 정부의 역할은 '재정 지출의 확대'라고도 했다. 정부와 시장은 '협력 관계'라는 인식이다. 이 후보는 "나랏빚이 1000조원이 넘었다는 둥 이런 소리 하면서 절대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이 2600조원인데 국가 부채가 50%가 안 되고, 다른 나라들은 다 110%가 넘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출신 최초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기대감도 표출했다. 실제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 입장에선 첫 경북 출신, 인천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출신의 대통령이 배출되는 셈이다. 이 후보는 "명색이 내가 인천 출신의 최초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가 사는 동네를 더 잘 챙기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계양구(계양을) 유세에서는 지역화폐 정책을 언급하며 수준 높은 시민 의식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정부 예산으로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준다니까 '돈도 없는데 그런 거 왜 주냐, 난 안받겠다'하는 사람도 많다"며 "그런 생각을 가질만큼 공리적이고 높은 의식 수준을 가진 시민들이 바로 우리 대한 국민들"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여성 지지자는 "나만 달라. 더 달라"고 말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대선후보 '배우자 토론회'를 두고서는 "발상이 기가 막힌다"며 혀를 찼다. 그는 계양역 뒷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택의 위치를 설명한 뒤 "우리가 지금 대통령 배우자 선거를 하느냐.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을 너무 떨어뜨리고 우리를 수치스럽게 한다"고 혀를 찼다. 이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은 뒤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인천 유세 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다룬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데 대해 "이해가 안 된다"며 "그 선거 시스템으로 본인이 이긴 것 아니냐. 이를 부정선거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선을 긋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면서도 응원하고 나가지 않았나. 결국 일심동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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