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재무성과’로 갈린 등급···에너지 공기업 수난시대 [경평의 성장통②]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05.21 06:30  수정 2025.05.21 06:30

2023년도 경평서 13개 기관 ‘경고조치’

2회 연속 ‘미흡 이하’···기관장 위태

적자 지속 에너지 공기업 고심 깊어져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나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도 공공기관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공공기관의 운명은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이하 경평)’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은 경평 결과에 따라 임금과 성과급이 삭감·폐지되기도 하고 나아가 기관장 인사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기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평 제도지만 도입 41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공공기관의 근본적인 기능·역할·가치 등을 판단하는 명확한 척도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는 평가 기준과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공기관 경평의 시간이 돌아왔다. 지난 결과를 톺아보고 공공기관의 운영 효율성·공공성을 도모할 수 있는 경평의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발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평가에서 경고조치를 받은 13개 기관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경평에서 2회 연속 ‘미흡 이하’ 평가를 받은 기관장은 옷을 벗어야 하고, 임원의 성과급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재무성과관리 항목의 배점이 높아지면서 적자를 면하지 못한 에너지 공기업 등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경영실적 미흡, 중대재해 발생 기관 등급 하락


2022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책자.ⓒ연합뉴스

20일 기획재정부의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수(A) 이상 15곳, 양호(B) 30곳, 보통(C) 29곳, 미흡(D) 11곳, 아주미흡(E) 2곳 등이다. 탁월(S)은 2022년도 경평에 이어 나오지 않았다.


경영평가 등급은 탁월(S),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미흡(E) 등으로 매겨진다. 이 중 C등급 이상인 기관에게는 유형·등급별로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


반대로 아주미흡이나 2년 연속 미흡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는 기관은 기관장 해임 조치가 내려진다. 지난 평가에서 경영실적 부진으로 기관장 해임 건의를 받은 곳은 한국고용정보원이다. 고용정보원은 E등급을 받아 기관장이 자리를 물러났다.


D등급을 받아 경고 조치를 받은 기관은 이번 평가에서 운명이 좌우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가스공사, 국토안전관리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11곳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기관은 경영실적 부진과 중대재해 사망사고로 이 같은 등급을 받았다.


정부는 미흡 이하 기관에 대해 0.5~1.0%의 2025년도 경상경비를 삭감했다. 경영실적 미흡 11개 기관은 경영개선계획을, 중대재해 발생 10개 기관은 안전 관련 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에너지 공기업에 혹독···가스공사, 원자력환경공단 ‘위태’


2023년도 공공기관 경평은 에너지 공기업에게 유달리 혹독했다. ‘사회적 가치’ 항목과 ‘재무성과관리’ 항목의 반영 점수에 변화가 생기면서다.


2022년도 공공기관 경평부터 사회적 가치 지항목 배점은 25점에서 15점으로 줄었다. 반대로 재무성과관리 배점은 10점에서 20점으로 늘었다. 정권의 국정 철학과 기조가 공공기관 경평에 반영되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월 자산매각, 사업조정, 경영효율화, 자본확충 등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재정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만경영 개선’을 목적으로 공공기관의 혁신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정부는 공공기관 경평 기준을 정성적 평가보다는 정량적 평가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이는 앞선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사회적 가치 평가에 중점을 뒀다면 윤 정부에서는 실질적인 경영 성적을 보여주는 재무성과의 비중을 확대했다.


2023년도 기관별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지역난방공사, 한전KPS, 한국에너지공단 등 에너지 공기업은 A등급을 받았다.


한수원은 당겨집행 투자액을 부채에서 차감 평가해 정부 정책에 동참하는 여건을 조성해 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등 발전자회사 7곳은 B등급을 받았다. 한전은 2022년도 경평 당시 당기순손실 발생으로 D등급을 받았으나 2023년도 경평에서는 적자폭이 개선되면서 두 등급 상승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누적 영업적자가 30조9000억원을 육박하고 있고, 누적 부채도 200조원을 넘겨 실질적인 재정난은 해소하지 못했다.


대한석탄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석유공사, 한국서부발전, 한전KDN,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6곳은 C등급을 받았으며 한국가스공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2곳은 D등급이었다.


기재부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성과급을 삭감했다. 재무상황이 악화된 석탄공사는 기관장·감사·상임이사의 성과급이 100% 삭감됐다. 한전 당기순손실과 관련된 발전자회사 기관장·감사·상임이사 성과급은 50% 깎였다.


2022년도 공공기관 경평에 비해 약진하긴 했지만 일부 에너지 공기업은 이번 경평에도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낮은 공공요금, 사양길···에너지 공기업 ‘적자’


에너지 공기업은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탄소 중립이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석탄 수요가 줄어들면서 석탄공사는 내수용 연탄 생산에만 치우치며 한계에 봉착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역시 폐광산이 늘면서 영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낮은 공공요금도 평가 하락의 요인이다.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적자 폭을 줄여야 하지만 정부의 통제 속 이를 인상은 쉽지 않다.


여기에 더해 유가 등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도 영향을 미친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과 국제 에너지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국제 에너지 가격 등이 상승하면 재무에도 반영된다. 재무 상황이 어려워지면 이는 나머지 지표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 ‘尹 정부’ 마지막 성적표···올해도 ‘재무 건전성’ 관건 [경평의 성장통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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