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떠나는게 대선승리 최선의 길" 탈당
당 "어려운 결단 환영…하나로 뭉쳐야" 강조
한동훈 복귀 등 '긍정 효과' 기대감 피어나
'지지 분산·효과 미비' 등 '부정 효과'도 거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복잡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부정적인 중도층에 손을 내밀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은 꼭 필요한 요소였지만, 동시에 지지층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이에 당내에선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지지층 결집과 외연 확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선 윤 전 대통령과 다분히 정치적인 관계 설정을 유지할 뿐 아니라, 김문수 후보와 선대위가 직접 감동 서사를 만들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17일 페이스북에 "길지 않은 정치 인생을 함께 하고 나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며 자진 탈당을 선언했다. 지난 2021년 7월 30일 대선 출마를 위해 입당한지 3년 10개월 만에 당적을 스스로 벗은 것이다.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을 향한 탈당 요구는 꾸준히 계속돼왔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게 된 이번 대선 정국에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당적 보유가 당과 김문수 후보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가장 큰 우려는 윤 전 대통령의 잔류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윤석열 대(對) 이재명'의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는 것이었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윤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전면에 걸리는 순간 이에 반감을 가진 중도층에게 호소력이 옅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자 당내에서 존중과 환영을 표하는 메시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 이제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했고, 나경원 의원도 "대의를 위한 결단"이라며 김 후보 지원을 요청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재명 후보의 퇴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요구이며, 역사의 순리"라고 말했고, 신동욱 수석대변인 역시 "이번 탈당을 계기로 대선 승리의 반전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응들은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됐음에도, 김문수 대선 후보보다 더 많은 관심이 쏠려있던 윤 전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자진 탈당으로 해소됐으니 중도층 확장에 나설 수 있단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김 후보와 경쟁했던 한동훈 전 대표가 "다음 주 현장에서 국민들과 만날 것"이라며 김 후보 유세를 돕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고, 홍준표 전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유상범·김대식 의원 등으로 구성된 '하와이 특사단'이 18일 출국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 결정이 확실히 당의 전열 재정비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당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우려는 두 가지로 나뉘어 관측되고 있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타이밍을 지난 만큼, 이번 결단이 중도·외연 확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게 첫번째다.
보수 지지층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결집을 거듭한 일부 윤 전 대통령측 지지층들이 이번 탈당으로 인해 실망하거나 할 경우 김 후보의 득표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다수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보수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과반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미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건 정무적 판단의 미스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그나마 역전을 가져올 수 있으려면 토론에서 반전을 가져온 뒤, 윤 전 대통령이 없어진 당이라는 점을 앞세워 이준석 후보를 포함한 모든 후보들과 빅텐트를 치는 등 직접 감동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 밖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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