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극장가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은 작품이 등장했다.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주연의 범죄 액션 영화 '야딩'이 개봉 28일 째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을 넘고 올해 개봉작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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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은 청소년관람불가(청불) 등급이라는 한계를 딛고 이뤄낸 결과로, 2019년 '악인전' 이후 6년 만에 청불 영화로써는 의미 있는 흥행 성과다.
청불 등급 영화는 흥행에 불리한 조건을 안고 출발한다. 관객층이 성인으로 한정되고, 가족 단위나 청소년 관객의 유입이 사실상 차단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극장가가 침체기를 겪으며 청불 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기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야당'의 300만 돌파는 기대를 뛰어넘은 선전한 기록이다.
'야당'은 팬데믹 이후 관객 수 감소와 OTT 시장 확대로 인해 극장 관람 패턴이 크게 변화한 상황에서, 청불 영화가 다시 대중적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장르적 매력과 시대적 정서를 정확히 겨냥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흥행은 영화가 선보인 장르적 쾌감과 입체적인 캐릭터 구성이 주효했다. 마약 범죄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권력의 정점을 노리는 검사, 마약과의 전쟁에 모든 것을 건 형사까지, 서로 다른 욕망과 신념이 팽팽하게 맞서는 구도가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선악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는 서사 속에서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힘을 발휘했고, 관객들은 현실에서 쉽게 해소되지 않는 사회적 갈등과 문제에 대한 대리적 해방감을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통해 체험할 수 있었다.
여기에 권력과 결탁해 법질서를 어지럽히고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 검찰의 민낯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완성도 높은 범죄 영화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검찰 개혁 요구가 거세진 시점에 개봉해, 시대적 분위기와 맞물린 시의성 강한 작품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기득권층 담합과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대중의 문제의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야당'은 이런 정서를 적시에 건드렸다.
개봉 시기를 조정한 전략도 주효했다. 당초 예정했던 4월 23일보다 일주일 앞당겨 16일에 개봉하며 경쟁작 부재라는 유리한 환경을 선점했다. 5월 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파과',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등 신작들이 개봉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야당'은 이들보다 빠른 개봉으로 성인 관객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결과,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신작들의 출격 속에서도 흥행 질주를 할 수 있었다.
현재 개봉 5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누리고 있는 '야당'의 누적 관객 수는 309만 2753명으로, 톰 크루즈 주연의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의 출격 속에서 '악인전'의 336만 명 기록을 넘어 새 기록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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