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치킨(겁쟁이) 게임’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이 관세를 대폭 끌어내리며 '90일 휴전'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12일(현지시간) 매수세가 폭발하며 나스닥지수가 지난 주말보다 4.35% 치솟는 등 미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동반 급등하며 화색이 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관세율을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한 데 대해 “우리는 중국과 (무역)관계의 완전한 재설정(total reset)을 이뤘다”며 “중국은 또한 모든 비관세 장벽을 중단하고 제거하기로 동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공장을 폐쇄하고 있고, 많은 혼란을 겪고 있으며, 우리와 협력할 수 있게 돼 매우 기뻐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요구해 온 미국 상품구매 확대, 디지털 규제 등과 같은 ‘비관세 장벽’ 제거를 중국으로부터 약속 받아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관세전쟁 90일 유예 합의는 사실상 ‘트럼프 완패’라고 평가할 정도로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스콧 케네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 전문가는 “이번 제네바 합의는 미국의 사실상 완패”이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경한 보복 결정이 옳았음을 보여 준다”고 폄하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양보한 것이 거의 없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버티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들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시 주석의 버티기에 트럼프식 전략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최고 수준의 관세 부과로 위기를 조성한 다음 단기적으로 양보를 끌어내려는 그의 전략은 중국에 통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협상에 응한 것을 승리라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시장개방 등을 확답받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현재로선 구두 합의에 불과하다. 공식 문서화하기 전까지는 중국의 입장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영국 가디언은 “미·중은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지만, 이번 합의에서는 그간 미국이 불만을 표해 온 다른 문제들, 예컨대 위안화 평가절하 등은 언급조차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을 자신의 승리로 주장하지만 시장은 ‘항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폄하했다.
더군다나 양국 무역관계 정상화로 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중국과 합의에 따라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145%의 관세를 30%로 낮추기로 했으나, 30%의 관세도 수입업자들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게다가 90일은 미·중의 첨예한 입장차를 감안할 때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웬디 커틀러 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의 과잉 생산, 중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등 두 나라 사이에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극히 짧은 시간”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18년 미중 1차 무역전쟁 때도 양국이 1차 무역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1년 반이나 걸렸다.
물론 양국 관세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두 나라 모두 부담이 커지는 만큼 협상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안에)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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