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거목' 나훈아·이미자 잇따라 은퇴 발표
"트로트 팬덤 고령화...새로운 팬덤층 확보 필요"
#지난 1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구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투어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서울 공연을 끝으로 나훈아는 59년 가수 인생을 강렬하게 마무리했다. 나훈아는 수많은 히트곡을 선보이곤 “살면서 결정한 것 중에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결정이 최고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그만두는 게 서운할 텐데, 그래서 그만두는 것”이라고 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는 4월 26일과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66년 가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공연 ‘맥脈을 이음’ 개최 소식을 전했다. 콘서트에선 주현미, 조항조, 김용빈(미스터트롯3 진), 정서주(미스트롯3 진) 등 후배들과 함께 노래하며 자신이 이어온 전통가요의 맥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떠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노래한 지 66년 중 가장 행복한 해”라며 “내가 고집하는 전통가요의 맥을 이을 수 있는 후배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음에 기쁘다”고 말했다.
‘트로트 거목’으로 불리는 나훈아와 이미자의 은퇴 발표는 트로트계의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여기에 ‘트로트 4대천왕’으로 불리던 현철과 송대관이 세상을 떠나면서 느껴지는 공백 역시 이 같은 논의에 힘을 실었다.
물론 이전에도 트로트계의 세대교체가 이뤄져 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홍진영, 장윤정, 박현빈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등장하여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시기가 있었고, 최근 몇 년 간은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신예 트로트 가수들이 가요계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거장들의 은퇴와 별개로 이미 젊은 세대로의 변화를 겪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이 스스로 자리를 내어주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트로트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는 트로트계의 문제로 지목되던 ‘한정적인 수요’ 대비 ‘공급 과잉’ 구조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과거 소수의 트로트 가수가 시장을 독점하며 안정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활성화로 인해 데뷔하는 트로트 가수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경쟁 심화를 야기하고, 일부 인기 있는 가수를 제외하고 대다수 가수들이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진다.
한 트로트 업계 관계자는 “행사나 방송 등에서 트로트 가수를 찾는 수요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크게 늘지 않았는데,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스타가 탄생하면서 인지도 낮은 가수들의 경우 무대에 설 기회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면서 “‘트로트 전성기’라고 하지만 트로트 가수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신인 가수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선배 가수들의 퇴장이 일정 부분 이 같은 구조를 해소할 순 있어도, 본질적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기존 팬덤의 고령화에 더불어 새로운 젊은 팬층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트로트 시장 전체의 침체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지역 행사 관계자는 “송가인이나 임영웅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일정부분 젊은 팬덤을 흡수한 듯 보이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90% 이상은 기존의 트로트 팬덤이 젊은 가수들에게 옮겨갔다고 본다”면서 “문제는 기존 팬덤의 고령화로 점점 팬덤의 크기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는 것이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영웅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다양한 스타일의 트로트를 시도하면서 새로운 팬층을 유입한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세대의 음악 트렌드를 반영한 세련된 트로트,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 등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스스로의 스펙트럼을 넓힐 뿐 아니라 새로운 수요도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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