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6개월째 흑자 행진
"연간 전망 달성 가능성↑"
비상계엄 사태 영향 제한적
향후 수출 둔화 우려 '암초'
부산 남구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월 100억 달러에 달하는 흑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반도체 등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결과로, 이대로라면 한국은행이 제시한 연간 전망치인 900억 달러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효자' 노릇을 했던 반도체 수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또 최근 비상계엄 사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등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97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지난 5월부터 6개월 연속 흑자다. 10월 기준으로는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4월 13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5월 들어(23억 달러) 흑자로 돌아서 지난 3월까지 플러스를 기록했다. 그러다 올해 4월 해외 배당 지급에 2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후 5월(89억2250억 달러)부터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경상수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81억2000만 달러로 19개월 연속 흑자를 보였다. 다만 전월(104억9000만 달러)보다는 흑자폭이 축소됐다. 반도체와 승용차 수출 증가 지속에도 국제유가 하락에 석유제품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영향이다. 원자재 수입도 줄었다.
수출은 600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0% 증가해 1년 1개월째 올랐다. 다만 9월 614억6000만 달러로 9.5% 늘어난 것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1년 전 통관기준으로 반도체와 승용차 등의 증가세 지속에도 석유제품 감소세가 확대된 영향이다.
서비스수지는 17억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9월(-22억4000만 달러)에 비해 적자 폭이 축소됐다. 중국의 국경절 연휴 때 한국을 찾은 사람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이 4억8000만 달러로 9월(-9억4000만 달러)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든 탓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34억5000만 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전월에 비해 3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1~12월 경상수지 흑자가 157억6000만 달러로 나오면 올해 연간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다”며 “11월 수출을 볼 때 양호한 흑자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연간 전망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조사국은 지난달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를 종전 730억 달러에서 900억 달러로 높여잡았다.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742억4000만 달러로 남은 기간 월평균 80억 달러 수준의 흑자를 기록하면 달성 가능하다.
송재창(왼쪽 두번째) 금융통계부장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10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한국은행
다만 한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관세 정책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 가능성에 내년 경상수지는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봤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지는 국내 정치 리스크는 현재로서는 제한적으로 판단했다.
송 부장은 “계엄이 조기 수습된 면이 있어 금융시장 영향이 단기에 그쳤다”며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상수지는 대외 여건이나 수출 경기 등에 주로 좌우되므로 아직까지는 흐름을 바꿀 정도의 큰 영향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트럼프 행정부 2기 정책 등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관세 정책과 보호 무역주의 강화 정책이 본격 시행되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은은 내년 경상수지 전망치를 올해보다 낮은 800억 달러로 제시했다.
송 부장은 “트럼프 관세 정책이 우리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적자를 가져올 정도의 급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수출은 AI 투자 수요에 힘 입고,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하지만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관세 정책 시행 시가 등 속도 및 강도를 비롯해 주변국의 대응에 따른 글로벌 무역 갈등 등의 확대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내년 내수부진과 수출 둔화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이후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11월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4%에 그치며 7월(13.5%)을 정점으로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를 제외하면 1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4.6% 감소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런 와중 11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전년 동월 대비 30.8%)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락하고 우리 메모리 반도체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반도체 내 주력 품목인 D램 가격이 하락하는 등 반도체 사이클의 하강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우리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모두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향후 수출 경기가 하강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 여전히 높은 금리와 물가 수준으로 실질 구매력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등 내수 회복이 더딘 점도 문제로 꼽힌다. 주 실장은 “한국 경제는 수출의 성장 견인력이 하락하는 영향을 내수의 회복으로 상쇄시켜야 하는 당면 과제에 직면할 것이며, 이는 내수 회복의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 등으로 현재 유일한 성장 동력인 수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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