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정부 간 협상위 ‘빈손’ 막 내려
‘생산 감축’ 함께한 국가 늘어났으나
산유국 거센 반대로 합의문 도출 실패
“차후 협상도 어려울 것” 현실론 고개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관 앞에서 환경운동연합과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플라스틱 협약에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빈손으로 끝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추가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관한 견해차는 전혀 좁히지 못했다.
다만 100여 개 국가가 생산 감축에 동의하는 등 일부 내용에 있어서는 지난 4차례 회의 때보단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협상위는 처음부터 기대보단 우려가 많았다. 최대 쟁점인 플라스틱 원료물질인 ‘폴리머’ 생산의 규제 여부를 두고 국가 간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원료 생산국으로 꼽히는 중국과 산유국들은 폴리머 자체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들은 생산을 규제할 게 아니라 소비를 줄이거나 재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럽연합 등 플라스틱 주요 소비국들은 일정 기간을 두고 폴리머 생산량 자체를 감축하는 목표치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2040년까지 현재 대비 40% 감축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단순히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은 5차 제안서를 통해 폴리머 생산 감축 문제를 두고 두 가지 사항을 선택지로 제안했다.
첫 번째 선택지는 ‘생산 감축’ 내용 자체를 협약에 담지 않는 방법이다. 두 번째 선택지는 생산 감축 외 유지·관리(재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열거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회의장 안팎에서는 ‘도 아니면 모’ 형식의 제안서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생산 규제를 두고 갑론을박을 주고받던 국제사회는 INC 의장이 내놓은 다섯 번째 제안서마저 거부했다.
최종 협상안 돌출에는 실패했으나 나름 의미있는 진전도 있었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는 “한편으로는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폐기물 관리, 협약의 이행과 효과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린피스 또한 “이번 회의에서는 100여 개 이상 국가가 파나마 성명을 통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며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차기 회의에서도 국제사회 견해차는 좁히지 못할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산유국들이 폴리머 생산을 줄이는 어떠한 내용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만큼 추후 협상에서의 극적 타결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협상안이 타결에 이르려면 플라스틱 생산 감축 관련 내용은 빠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생산 감축 조항이 없는 협약은 사실상 플라스틱 감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
그린피스는 “각국 정부 대표단은 다음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목표와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한 효과적인 협약을 도출해야 한다”며 “유해 화학물질로부터의 보호,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재사용 목표 설정, 공정한 재정 계획 마련 등도 핵심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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