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공연장이 공포의 공간이 됐습니다.”
뮤지컬계에서 잇따라 안전 사고가 터지고 있다. 무대 위에서는 밀캠·밀녹 이슈로 시끄럽고, 대기실에서는 흉기 난동사건에 이어 몰래카메라까지 발견되면서 배우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서 딸 나탈리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환희는 광림아트센터 6층에 위치한 대기실 내부에서 몰래카메라를 직접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범인이 함께 작품에 출연 중인 산들(B1A4) 매니저인 것으로 밝혀졌고,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사과하고 해당 매니저를 아티스트 동행 업무에서 배제함과 동시에 해고 조치했다.
해당 매니저의 범죄 사실이 알려지면서 함께 주목을 받은 건, 앞서 최수영(소녀시대)이 출연한 연극 ‘와이프’ 공연 당시 불거졌던 불법 촬영 논란이다. 범행이 일어난 장소는 각각 다르지만, 당시 최수영이 의상을 갈아입는 장면 등을 불법으로 촬영하고, 실제로 판매까지 하면서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밖에도 업계에서는 공연계에 스타 마케팅이 만연해짐에 따라 사생 등 팬덤 부작용 생겨나면서 팬덤 공포가 심각해지고 있다고도 입을 모았다. 지난해 옷 안에 흉기를 숨긴 30대 여성이 배우 박은태를 노리고 ‘벤허’ 분장실에 난입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난동으로 함께 있던 규현이 손가락에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고, 박은태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이 끝난 뒤 팬들이 퇴근하는 배우를 기다렸다가 사인을 받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퇴근길’ 또한 한국 공연 팬덤 문화가 낳은 현상이다. 물론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극장가에서도 배우의 자발적 의지로 이 같은 배우와 팬의 짧은 만남이 이뤄지긴 하지만, 본격적인 팬미팅 형식으로 퇴근길 ‘문화’가 형성되고 소비되는 건 거의 한국이 유일하다.
문제는 이 퇴근길 역시 배우는 물론 관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점이다. 최근 ‘헤드윅’에 출연 중인 조정석 측도 “공연장을 찾아주신 많은 분들을 향한 감사한 마음에 공연 후 가깝게 마주해 인사를 드리고 있었으나, 협소한 공간에 다수의 인파가 몰리며 안전상의 위험이 우려될뿐더러 현장 질서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되어 많은 고민 끝에 퇴근길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상 사실상 안전지대가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런 면에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면서 “팬들 역시 퇴근길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그것부터가 잘못된 출발”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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