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체에서 인지도를 쌓은 스타들의 무대 복귀, 데뷔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면서 공연 시장의 규모 확장에 있어서 큰 공을 세우고 있다는 것엔 이견이 없지만, 동시에 공연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던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니지먼트 숲
배우 전도연은 세계적 연출가 사이먼 스톤의 새 연극 ‘벚꽃동산’(6월4일~7월7일 LG아트센터)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그간 50편 가까운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한국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배우상(‘밀양’)을 수상한 전도연의 공연 출연은 창작가무극 ‘눈물의 여왕’(1998)이 마지막이었다. 전도연은 극중 여주인공 류바로 출연한다. 함께 출연하는 박해수(로파힌 역) 역시 공연계에서 잔뼈가 굵지만,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끈 배우다.
전도연에 앞서 박보검은 군 전역 후 복귀작을 뮤지컬 ‘렛미플라이’로 택하면서 크게 화제를 모았다. 데뷔 13년 경력 동안 영화·드라마 등 20여개 작품에 출연했지만 뮤지컬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박보검은 극중 청년 남원 역을 안지환, 신재범과 트리플 캐스팅으로 나눠 연기했다. 공연 기간 내내 박보검의 회차는 전석 매진이었고, 그는 이 작품으로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걸그룹 원더걸스 멤버로 데뷔해 영화 ‘부산행’ ‘싱글라이더’, 드라마 ‘미씽’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활동하고 있는 안소희도 오는 23일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클로저’로 첫 연극 도전에 나선다. 함께 출연하는 진서연도 2010년 ‘청혼’ 이후 약 1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밖에도 올해 초 소녀시대 수영(최수영)이 연극 ‘와이프’로, 지난해 김유정과 정소민은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연극 무대에 처음 올랐고,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범죄도시2’,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카지노’ ‘D.P.’ 등으로 인기를 끈 배우 손석구도 지난해 9년 만에 연극(‘나무 위의 군대’) 무대에 복귀했다. 뿐만 아니라 그간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조승우, 조정석, 김성철, 유연석 등도 매체와 무대를 번갈아 오르면서 티켓파워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들이 뮤지컬, 연극 무대에 연달아 오르면서 공연 시장의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을 보였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3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 시장 티켓 판매액은 약 1조2697억원을 기록했고, 연극 장르에서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에서도 ‘셰익스피어 인 러브’ ‘파우스트’ ‘나무 위의 군대’ 등 앞서 언급했던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 다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업계는 올해 역시 스타들의 무대 복귀, 데뷔가 이어지면서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연계가 그간 배우를 중심으로 한 티켓 쏠림 현상과 이로 인한 공연계의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을 경계해왔던 터라, 스타들의 등장이 특정 작품별, 특정 회차별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 연극 작품의 경우 매체에서 인지도를 높인 배우의 회차가 모두 매진된 것과 달리, 함께 캐스팅된 다른 배우의 회차는 공연장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스타 배우들의 등장이 무대에 낯선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도록 하고, 무대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며 결과적으로 시장 규모 확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매체 배우들의 등장 이후 스타 출연작에 대한 관객 쏠림 현상이 더욱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티켓 가격이 높아진 상황에서 관객들도 한 번 공연을 본다면 당연히 영상 매체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유명한 배우의 회차를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 배우들의 관객 동원력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그 관객들을 작품의 팬으로 만들 수 있도록 작품의 완성도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스타의 출연에 따라 작품의 흥망이 좌지우지될 수 있고, 무대가 본업인 배우들과 신인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할 점은 이런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스타의 출연 공연에만 관객이 몰리고 전체 공연 시장의 관객수는 줄어드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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