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어유치원 문제 있다…특권계층 카르텔 우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3.20 07:07  수정 2024.03.20 07:07

영어유치원, 회화 중심으로 교육

입시 기준으로 볼 때 도움 되지 않아

교육 첫걸음부터 특권의식 갖게 해

ⓒ 데일리안 DB(*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유치원은 또래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손잡고 활동하게 해주는 교육의 첫 시작으로 참 좋은 교육환경이다. 봄을 맞아 많은 어린이가 연초부터 준비해서 이런저런 유치원에 많이 다니고 학부모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유치원을 고르고 주변에 평판을 물어봐서 어렵게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유치원이다. 엄밀히 말하면 영어유치원은 사실 없다. 유치원은 국립, 공립, 사립으로 나뉘며 모두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허점이 있다. 학원법에 따르면 특별한 나이부터 지도하는 것에 관한 규정이 없고 또한 밤 10시 이후에만 학원 운영을 못 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한 교육사업자들이 만든 것이 바로 영어학원으로 허가받은 영어유치원이다. 유치원과 같은 시간대에 아이들을 지도하고, 영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학부모를 설득한다. 입학할 때는 영어로 인터뷰까지 보고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기도 한다. 금액은 일반사람들은 다니기 어려운 상당한 고가이며 소수정예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영어유치원이라는 곳이 지나치게 비싸고 교육 효과도 특별히 검증되지 않았고, 특히 학업에 흥미를 갖게 하거나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교육 틀에는 거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어유치원을 졸업한 중고등학교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면 입증이 된다. 영어유치원 다녔다는 아이들에게 영어유치원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 하고 물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입시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중고등학생이 되어보니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그렇다. 영어유치원에서는 회화를 중심으로 가르친다. 그러다 보니 듣기 공부에는 조금 도움도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고학년으로 갈수록 영어교육의 목적이나 입시 준비는 사실상 독해와 문법이다. 듣기는 거의 의미가 없어지고 말하기는 심지어 시험도 안 본다. 이래서 과연 영어유치원이 무슨 도움을 줄까? 물론 영어에 대해 친숙함을 높이고 영어 울렁증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유치원 끝나고 집에 오면 온 가족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말로 대화한다. 영어는 하루에 잠깐 쓰고, 대부분 한국말을 한다. 어학이란 오랜 시간 쓰면서 익숙해져야 하는데 이것이 성립되지 않으니 영어는 초등학교 2학년 후반쯤 다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유치원 다니면서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내는 것은 완전 돈 낭비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들딸 체면 때문에 손주 비용을 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태권도 학원, 미술 학원처럼 아이들의 교양 차원에서 한 달에 1~20만원 정도 하는 영어 학원을 보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 큰 문제점은 여기에서부터 고액 영어유치원 카르텔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서로 비슷한 계층이라 생각한 학부모들이 모여서 정보를 교환하고, 그 정보를 활용하여 특권계층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부르디외가 말한 구별 짓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시작부터 이런 차별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다른 평범한 학부모들을 소외되게 만드는 일이 생기게 된다.


아이들에게 유치원은 좋은 친구를 만나고 사회생활의 기본 예의를 배우는 한편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첫 단추를 끼우는 그런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교육 현장에서 수십 년을 아이들과 함께한 교육 전문가로서 본다면 아이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책 읽기와 다양한 문화, 예술, 스포츠 취미를 길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과장되게 얘기하면 국어 공부만 열심히 해도 된다. 수학과 고급 영어도 사실 한국어를 잘해야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영어유치원에 내 아이를 보내지 않는다고 학부모들은 절대로 자책할 필요 없다. 영어유치원은 굉장한 교육 거품이고 교육의 첫걸음부터 특권의식을 갖게 하는 분명 문제 있는 학원이다. 영어유치원은 반드시 다시 정비해야 한다.


<필자 송재열 소장(44세)은 서울 송파구 토박이로 배명고, 서울대(중퇴), 미국 코넬대(휴학중)를 거친 교육전문가다. 공부혁명대를 만들어 20여년전부터 자기주도 학습 붐을 일으켜 서울 강남 교육계에서 큰 화제가 된 인물이다.>


글/ 송재열 송재열교육개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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