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이대로는 사우디 못 넘는다

입력 2008.11.15 10:48  수정
카타르와의 평가전을 통해 사우디전 대비책이 절실해진 한국 대표팀.


‘이대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에 이길 수 없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5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서 1-1 무승부에 그쳤다.

대표팀은 전반 6분 이청용의 프리킥 선취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후반 29분 몬테신에 프리킥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오는 20일 사우디전을 겨냥한 모의고사 치고는 실망스러웠다. 공수 전반에 걸쳐 전력적인 문제점을 노출한 데다 볼 점유율(44-56)과 패스 성공률(68%-75%)에서 밀리며 경기 주도권을 내줬기 때문.

사우디가 카타르보다 한 수 위라는 점에서 19년 동안 사우디를 이기지 못했던 징크스가 20일 맞대결에서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은 커지게 됐다. 물론 해외파가 빠졌고 평가전은 모의고사 격에 불과하지만 아직 허정무호의 전력이 덜 다듬어졌다는 점에서 분명 아쉬움을 남겼다.


카타르전서 드러난 허정무호 문제점

한국이 중동 원정에서 비기거나 패했던 경기의 주된 특징은 수비수들이 상대의 빠른 공격 앞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이다.

이번 카타르전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은 그대로 나타났다. ´김치우-강민수-조용형-조원희´로 짜인 포백은 카타르 선수들의 발재간과 빠른 순간 스피드에 농락당하며 여러 차례 뒷공간을 내줬을 뿐더러 압박 수비마저 집중력을 잃으며 실점 위기에 놓였다. 특히 강민수와 조용형은 상대 공격수의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이 느린 단점을 노출하며 압박에 어려움을 겪자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 가중으로 이어졌다.

´염기훈-김정우-기성용-이청용´으로 짜인 미드필더진은 이름값에 비해 실속이 부족했다는 평가. 수비수들의 부진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중원 공방전에서 카타르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문제점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청용이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역습과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다양한 패스로 한국 공격에 물꼬를 틀었던 것과 달리 이날 염기훈의 몸은 무거웠고 ´김정우-기성용´ 조합은 베이징올림픽부터 지금까지 번번이 호흡이 맞지 않아 공수 양면에 걸친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가 꾸준히 이뤄지지 못했다.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K리그서 6~7경기 연속 무득점 침묵에 빠진 ´정성훈-이근호´ 투톱은 카타르전에서도 골 넣는데 실패했다. 정성훈은 2선에서 띄워주는 롱패스를 머리로 받는 움직임이 좋았고, 이근호 역시 측면과 전방을 분주히 오갔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던 서동현은 상대 수비수들의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해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유효슈팅에서 8-5로 카타르에 앞섰지만 필드골을 넣는데 실패했고 ´골을 넣지 못한´ 공격수들의 마무리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유럽파 의존만이 능사?

많은 이들은 카타르전 1-1 무승부를 지켜보며, 박지성을 비롯한 유럽파 4명(박지성, 이영표, 오범석, 박주영)이 합류하면 사우디전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한국은 3년 전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사우디 원정에서 유럽파 4명(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설기현)을 선발로 기용하고도 0-2로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3-4-3을 쓰던 한국은 좌우 윙 포워드를 맡은 이천수와 설기현 중심의 측면 공격에 중점을 뒀지만, 이들은 사우디 측면의 협력 수비에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미드필더 박지성과 이영표도 탄력에 밀려 날카로운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이 이번 사우디 원정에서 ´유럽파 효과´로 19년의 한을 깨끗이 씻을지는 의문이다. 김동진이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제외, 포백 변화가 불가피하나 최상의 수비력은 아니다.

´이영표-강민수-조용형-오범석´ 조합이 유력하나 강민수-조용형은 발이 느려 상대팀 공격수의 빠른 문전 쇄도를 막아낼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 센터백 소화가 가능한 김동진 공백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오범석은 결정적인 수비 상황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나타내 자주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지성 시프트’도 베어벡호에 이어 허정무호에서도 뚜렷한 결실을 얻지 못했다. 박지성과 K리그 출신 미드필더들은 매번 호흡이 맞지 않아 서로의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박지성 중심의 공격력이 빛을 발한 것은 지난달 10월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 뿐, 아직 완성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박주영은 지난 5월과 6월 A매치 4경기서 필드골을 넣지 못하고 대표팀서 제외된 경력이 있어 사우디전에서 팀 승리를 이끄는 골을 넣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한국은 유럽파들이 팀에 늦게 합류하면서 서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적어 사우디전서 조직력에 문제점을 드러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유럽파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사우디전 승리를 위한 해법이 되지 못한다.


사우디전 승리의 해법 ´선 수비 후 역습´

한국이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사우디를 넘어야 한다. 한국이 사우디를 이기지 못했던 19년 동안 A매치 6번의 경기에서 모두 실점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우디전에서는 골을 내주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전서 드러난 수비력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미드필더진을 시작으로 철저한 수비 작전을 펼쳐 중앙 수비진의 순발력이 떨어지는 불안함을 감추면서 사우디 특유의 빠른 공격을 막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이 중앙 수비의 발이 느리다면 사우디는 측면 수비수들의 스피드가 떨어진다.

지난해 아시안컵 사우디전서 좌우 윙 포워드를 맡던 염기훈과 최성국이 순발력으로 사우디 측면 뒷공간을 허무는데 성공한 것처럼, 이번 경기에서도 ´박지성-염기훈-이청용-김형범´ 같은 발 빠르고 부지런한 윙어들에게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A매치에서 정성훈의 190cm 키를 활용한 롱패스를 통한 공격력이 빛을 발한 것과 맞물려 ´역습´을 통해 사우디 문전을 공략할 수 있다는 평가.

한국이 사우디 원정에서 승전보를 전할 키워드는 ´선 수비 후 역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정에서 지난달 A매치 2경기 7골을 터뜨렸던 파상적 공격 축구를 그대로 이어가기에는 수비적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수밖에 없는 만큼, 뒷문을 철저히 걸어 잠가야만 공수 양면에 걸쳐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허정무호가 사우디를 제압하려면 카타르전보다 개선된 경기력과 상대 전술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맞춤형 전술’은 더욱 절실하다.[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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