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지난해 모든 안건 100% 찬성
KB 사외이사 연봉 1억1000만원으로 '최대'
"사외이사 증원보다 독립적 지위 보장돼야"
4대 금융그룹 본사 전경. ⓒ각 사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이사회에서 다룬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1억원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강하게 주문하는 상황 속 금융지주들이 이사회 구성과 기능에 실질적 변화를 도모할지 주목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총 54차례의 이사회를 열고 147개의 안건을 심의했다. 모든 안건은 사외이사들의 100% 찬성 표결로 통과했다. 이중 부결되거나 보류된 안건은 전무했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이 지난해에만 15차례의 이사회를 개최하고 33개의 안건을 다뤘는데, 모든 안건이 사외이사들의 100% 찬성으로 통과됐다. 신한지주(41건), 하나금융(36건), 우리금융(37건) 등에서도 모든 안건이 사외이사들의 100%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사회 구성과 보수 한도를 정하는 것도 사외이사들이 직접 통과시키면서 절차적 정당성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주의 중장기 경영 계획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조금의 이견 없이 의결됐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연간 업무 시간은 300~600시간 수준으로 업무 강도도 높지 않은 가운데 해마다 억대에 달하는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지난해 재임 기준 연봉은 7000만~1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이 사외이사에게 최대 1억1063만원을 지급하며 가장 높았고 ▲신한지주(8800만원) ▲우리금융(8700만원) ▲하나금융(8365만원)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상황이 수십년째 관행처럼 이어져 온 가운데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어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금융지주에게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 로드맵을 이달 말까지 제출토록 요구했다. 그동안 금융지주 이사회가 경영진 감시·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금융지주들은 이 같은 요구에 발맞춰 이사회 구성과 기능 변화에 나서고 있다. 전체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여성의 비중도 확대하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우리금융은 전체 사외이사를 기존 6명에서 7명으로, 이중 여성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린다. 하나금융도 사외이사를 8명에서 9명으로, 이중 여성은 1명에서 2명으로 증원한다. 신한지주는 사외이사 수를 9명으로 유지하되 여성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외이사 증원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란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금융지주들이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눈 가리고 아웅'식의 조치를 취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보수 한도를 본인들이 표결해 직접 결정하면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영업 실적이나 주주가치 지표 등과 연동해서 보수가 책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사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라며 "하지만 사내이사가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여러 안건에 대해 전부 찬성해버리는 지금의 상황은 숫자를 늘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독립적 지위에서 소신껏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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