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기업대출 작년 63조 늘어…가계 '빈자리' 메꿨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4.01.31 06:00  수정 2024.01.31 06:00

대기업 30조·中企 32조 증가

반면 가계대출은 1291억 감소

비싼 회사채 대신 창구로 몰려

기업대출 증가 이미지. ⓒ연합뉴스

5대 은행이 기업에 내준 대출이 1년 새 63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가계대출은 몸집이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은행 창구를 찾는 기업들은 오히려 더 많아진 것이다.


다만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진 기업들로 인해 대출의 질이 악화하고 있는 점은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7조313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3조6393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한 해 동안 꾸준히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 2월 3조3195억원이던 전월 대비 증가 폭은 꾸준히 늘어나 같은 해 9월 8조8416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10월 7조9850억원, 11월 4조6089억원으로 줄다가 12월에 전월 대비 1조6109억원 줄었다.


종류별로 보면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은 한 해 동안 32조6718억원이 불어났다. 대기업대출은 30조9675억원이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대출만 놓고 보면 5조4025억원 늘었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에 가계대출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92조4094억원으로 전년보다 1291억원이 감소했다. 지난해 1년간 새로 받은 대출보다 갚은 대출금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가계대출 감소에도 기업대출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관리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힘을 쏟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대기업들도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한은이 지난해 말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대출은 은행채 발행 규모 확대와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보다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을 선호하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업종별 대출금 비중을 살펴보면 부동산업의 대출 집중도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불어난 기업대출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환경 속 상환능력이 떨어진 기업들 탓에 은행 연체율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6%로 전월말(0.43%) 대비 0.03%p 올랐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이 0.52%로 같은 기간 0.04%p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0.39%로 0.02%p 오른 것을 고려하면 은행권 연체율에 기업대출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18%로 0.01%p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61%로 0.05%p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 속 가계와 기업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민간 부문 중심의 매크로 레버리지 누증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가계 및 기업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 완만하게 낮아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정책 조합의 일관된 시행이 긴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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