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김호영 “나의 마지막 엔젤…다음엔 연출로” [D:인터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01.09 08:32  수정 2024.01.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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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할 때 매듭을 짓는 용기도 멋있지 않나요?”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렌트’ 엔젤과 21년 만에 작별한다. 2002년 ‘렌트’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김호영은 2004년, 2007년, 2020년에 이어 이번 시즌까지 총 다섯 개의 시즌을 엔젤로 무대에 올랐다.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최장수, 최고령 엔젤로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이 역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신시컴퍼니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La Bohême)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담는다. 김호영이 연기하는 엔젤은 에이즈에 걸린 여장남자 ‘드랙 퀸’(drag queen)으로, 크리스마스트리같이 알록달록한 조명을 단 초록색 원피스에 은색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올라 발랄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가난한 예술가 친구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파하는 역할이다.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을 때 실제 나이보다 어리거나, 많은 배역을 연기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엔젤은 작품에서 상징성이 강한 인물이에요.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워야 하고, 풋풋함과 젊은 에너지가 필요한 인물이죠. 워낙 이 캐릭터를 오래 하기도 했고, 배우 생활을 하면서 분명 내공이 생겼을 텐데, 그러다 보니 엔젤의 사랑스러움보다는 연륜과 노련미가 먼저 보일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김호영은 제작사 신시컴퍼니로부터 이번 시즌 엔젤 역을 제안받고 스케줄 문제 등으로 고사했다. ‘렌트’의 국내 초연 20주년 기념 공연에서 ‘이번이 마지막 출연’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컴퍼니의 끈질긴 설득 끝에 한 번 더 엔젤로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주민등록상의 나이와 별개로 피부 나이, 관절은 괜찮으니까 더 하려면 할 수도 있죠(웃음). 하지만 물러나는 것도 선배의 좋은 덕목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렌트’의 막내였다가 지금은 가장 선배가 됐는데, 과연 선배로서 어떤 선배가 좋은 선배인지 생각했을 때 부여잡고 있는 것보다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것이 미덕인 것 같았어요. 제가 동료 배우들에게 조언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어떤 틀에 갇히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신시컴퍼니

역대 엔젤 사이에서 ‘엔젤 그 자체’라는 평을 받았던 건 김호영의 엔젤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 그리고 이런 편안함을 만들기 위한 과정 속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그가 후배들에게 수없이 강조한 것도 ‘앙상블의 중요성’이었다.


“엔젤로서의 개인적인 기량도 중요했지만, 엔젤은 (극중 연인인)콜린과 함께 있음으로써 빛이 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서로 의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무대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부터요. 다른 배우가 질투할 정도로 붙어있으려고 했죠. 앙상블 역시 평소의 끈끈함이 무대에서도 나타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스템적인 틀을 깨고 그 끈끈함을 만들기 위해 애썼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김호영의 엔젤이 와닿았던 건, 평소 그가 미디어를 통해 보여준 모습들과 극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함에서 오는 신뢰때문이기도 하다.


“엔젤은 천운과도 같은 역할이에요. 이 역할을 하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좋은 선배들을 만나면서 좋은 선배의 미덕에 대해 알게 됐죠. 무엇보다 엔젤의 삶이 저의 삶에도 많이 스며들었어요. 엔젤의 대표성을 띄는 넘버 중 일부인 ‘투데이 포 유, 투모로우 포 미’(Today for you, Tomorrow for me)라는 말을 뱉으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열심히 살고자 하는 힘을 배운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는데 ‘굿바이 엔젤’이라는 타이틀로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신 컴퍼니에 정말 감사해요.”


김호영이 ‘렌트’에 완전한 이별을 고한 건 아니었다.


“사실 제작사도 모르게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다음 시즌엔 ‘렌트’의 한국 협력 연출가로 돌아오는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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