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1월 11일 전 퇴임식 가질 듯
미국·일본 등 우방국 관계 공고화가 핵심 성과
동맹 올인 외교·엑스포 실패는 아쉬움으로
장관 후보자 "한중 관계 발전의 길 찾아보겠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올루쉐군 아자디 바카리 베냉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뉴시스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조태열 전 주유엔 대사가 지명되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박 장관은 취임 후 안정적 조직 운영 역량으로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한미일 관계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은 것이 핵심 성과로 꼽힌다. 다만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는 박 장관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재임 589일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차기 장관의 과제를 짚어봤다.
20일 관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조태열 전 주유엔 대사를 지명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조태열 후보자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통상교섭조정관, 주제네바 대표부 차석대사, 주스페인 대사 등을 지내 양자 및 다자외교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경제통상 분야에 해박하다"며 "경제와 안보가 복합적으로 얽힌 국제 환경 속에서 후보자가 가진 경제통상 전문성과 외교적 감각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다양한 외교 현안을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을 내려놓게 된 박 장관은 향후 행보를 총선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4·10 총선에 입후보하려면 선거 90일 전에 사직해야 하는 만큼 1월 11일 전에 퇴임식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장관의 가장 큰 성과로는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일본 등 동맹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했다는 점이 꼽힌다. 윤석열 정부는 특히 한미 관계 강화에 공을 들였는데, 외교부가 그 보좌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게 주된 평가다.
이러한 점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 이행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의 안보·경제 분야 협력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3국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이상 열기로 했으며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간 협의도 최소 연 1회 이상 개최키로 하고 재무장관 회의도 신설해 연례화 여부를 논의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외교부는 관련 사항을 적극 이행했다. 연 1회 개최키로 한 외교장관회의의 경우 가장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계기 만남을 포함하면 총 6차례 개최됐다. 아울러 북한 도발 시 한미는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즉각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은 인권특사직에 '한국계' 쥴리 터너 대사를 임명하고, 우리 외교당국과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의 경우 문재인 정권 당시 과거사 문제 등으로 악화된 상황 속에서 쌓아올린 만큼 노고가 컸다는 평가다.
지난 3월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와 관련한 최종 해법안'(이하 징용해법)을 일본에 제시했다. 해당 해법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는 것으로, 일본 기업으로 입은 국민의 피해를 재단이 마련한 재원으로 보상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이 핵심 내용이다. 당시 기시다 일본 총리는 "일한(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긍정적 호응을 보였다. 이후 일본은 우리 정부에 대한 수출 통제도 풀고 지소미아도 정상화 했으며, 화이트 리스트에도 한국을 복귀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양국 정상은 약 7차례 가량 만나며 동맹을 과시하고 있다.
영국 등 서방국과는 동맹 관계를 격상시키는 등 밀착을 강화했다. 영국의 경우 '다우닝가 합의'를 맺고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박 장관이 언어가 굉장히 뛰어난 사람인데 이는 외교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그런 점에 있어서 한미일 공조 복원에 상당히 혁혁한 공을 이룬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역대 장관 중 아주 훌륭한 장관"이라고 평가했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도 "'캠프 데이비드'라던가 동맹 관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박 장관의 안정적 조직 운영이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박 장관이 '미국통'이고 또 영국 유학 경험도 있었기에 한미 관계 이런 영역에서 조금 중심을 잘 잡았던 것 같다"며 "안보실이 사람도 바뀌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음에도 외교부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동 외교에 있어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사우디 같은 경우에는 작년 한국을 찾은 빈 살만 왕세자로부터 290억불의 투자를 약속 받기도 했으며, 이번 해외 순방에서도 156억 불 규모의 MOU를 맺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동맹 치중 외교·엑스포 실패는 아쉬움으로
그러나 명이 있었다면 암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동맹 밀착에 치중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 교수는 "박 장관이 있는 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왕이 외교장관 회담을 성사시키는 등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일중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넘어가는 등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엑스포 실패가 오점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졌잘싸'를 자신했던 엑스포는 당일 사우디 119표, 부산 29표의 압도적 표 차이로 유치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외교부의 외교 실패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가장 아쉬웠더 점은 엑스포"라고 꼽았다.
차기 장관 과제는 성과 만들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가시적 성과'를 차기 장관의 과제로 꼽았다. 신 교수는 "이제는 진짜 가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내년에 한미일 합동으로 북한의 핵 공격을 가장한 훈련을 한다든지 이런 가시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와 같이 보일 수 있는 것을 확실하게 가지고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이제는 보다 실질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며 "지난 시간 동안 주변국에 '가치 외교'라는 우리 기조를 충분히 알렸으니 차기 장관부터는 중국 등과 실리적 차원에서 접근도 하고, 미국 이외의 인도-태평양 지역과 관계를 다지는 방식으로 성과를 만들어낼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KB국민카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향후 한중관계에 대해 "한중관계도 한미동맹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한미동맹, 한일관계, 한미일 안보협력이 다소 소홀해진 측면이 있어 윤석열 정부 들어 이를 복원하는 데 매진했다. 그러다 보니 한미·한일·한미일 (관계) 쪽에 치중한 인상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시계추가 왼쪽으로 가면 균형을 잡기 위해 (다시) 오른쪽으로 가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현상"이라며 "중국 측도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생기는 여러 파장이 한중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불가피하다는 점을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런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한중관계가 원만하고 조화롭게 발전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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