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총괄부문장 사임…증권 대표도 물러날 가능성
김성현 연임에 쏠린 눈...양종희 체제서 교체 주목
(왼쪽부터)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 ⓒKB증권
라임펀드 사태 관련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사장)가 결국 사퇴 수순을 밟을지 주목된다. 겸직 중이던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에서 사임하면서 KB증권에서도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KB증권의 향후 대표 체제와 경영 전략 변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임 기로에 섰던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4일 임원 사임 공시를 통해 박정림 사장이 지난달 30일 부문장에서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박 사장은 지주에서 자본시장·기업투자금융(CIB)·자산운용(AM)부문 총괄부문장 및 자본시장부문장을 맡아 그룹 차원의 투자와 자산운용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왔다.
박 사장의 사임 사유는 ‘일신상의 사유’지만 금융당국의 중징계 확정 이후 내려진 만큼 이에 따른 결정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라임 펀드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KB증권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박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금융회사 임원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직무정지를 받으면 향후 4년간 연임 및 금융권 취업이 제한돼 박 사장은 연임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이 불투명해지자 지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스스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 관계자는 “KB금융지주에서 박 사장의 부문장 사임과 관련해 공시를 낸 것은 맞다”면서 “다만 박 사장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 남아있는 상황으로 현재까지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같은날 거래소 사외이사직도 내려놨다. 거래소 사외이사는 공익 대표 5인과 업계대표 3인 등 총 8인으로 구성되고 박 사장은 업계 대표 사외이사를 맡아 왔다. 박 사장은 아직 KB증권 대표직을 유지한 상태로 거래소 사외이사직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재판을 통해 최종 제재안에 대응할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소송전에 나설 경우 압박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징계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금융당국과 대립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와 금융지주사의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여의도 KB증권 사옥 전경.ⓒKB증권
KB금융지주는 이달 중순쯤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KB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 대표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당분간 KB증권은 김성현 각자 대표가 박 사장의 관할 업무까지 겸임하는 직무대행 체제를 가동한다.
박 사장은 그동안 자산관리(WM)부문 대표로 김성현 투자은행(IB) 부문 대표이사(사장)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이어왔다. 하지만 박 사장의 퇴진이 불가피해진 만큼 박 사장과 함께 올 연말 임기가 끝나는 김 사장의 연임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업계에선 김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 전환 가능성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발탁한 새 인사를 선임해 현재의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 모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9년간 지속됐던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최근 양종희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최근 양종희 회장이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연임을 결정한 것을 감안하면 KB증권 역시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는 조치를 택할 수 있다.
반면 KB증권의 경우 수장의 중징계로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인 데다 김 사장이 오랜 기간 대표직을 맡아 온 만큼 조직 쇄신 차원에서 대표 전면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KB금융 계열사 CEO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장이 되고 통상적으로 3년의 임기를 보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성과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김 사장의 연임이 가능하겠지만 김 사장은 지난 2019년부터 비교적 장기간 회사를 이끌어왔고 업계 전반에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변수”라며 “연속성보다는 교체를 통해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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