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부회장 4인방에 지동섭까지 교체…가족경영 전면에?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3.12.05 10:39  수정 2023.12.05 10:39

사촌 최창원 수펙스 의장,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 역할 확대

장기적으로 경영권 승계 '징검다리' 역할 분석도

왼쪽부터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SK/뉴시스

오는 7일로 예정된 SK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부회장단 4명이 일제히 퇴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동섭 SK온 사장까지 교체 대상이 되면서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가족경영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점쳐진다.


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지주회사인 SK㈜를 시작으로 계열사별로 잇달아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진 인사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최종 결과는 7일 발표된다.


그동안 그룹의 주요 포지션을 차지했던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 중에서도 최고위급 4인방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여기에 그룹의 주력 성장사업인 배터리를 책임져온 지동섭 SK온 사장도 교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최고 협의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맡게 된다. 최 부회장은 수펙스 의장을 맡아달라는 최 회장의 요청을 수차례 고사한 끝에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곽노정 대표 단독 체제로 바뀔 것으로 알려졌다. SK㈜ 대표엔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SK이노베이션 대표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거론된다.


지동섭 SK온 사장의 후임으로는 그룹 내 사장급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동안 지 사장과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어오던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역할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에서는 젊은 경영진으로의 세대교체와 함께 SK그룹의 특징이었던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에도 다소의 변화가 포착된다.


그룹 내 직위상 최태원 회장에 이어 두 번째 서열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온과 같은 사업회사로 역할이 국한되기보다는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을 총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창원 부회장까지 세 명을 중심으로 한 가족경영체제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경영권 분쟁 여지 없으면서 신뢰 깊은 친‧사촌 형제 좌우에 포진

SK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구조다. 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거느린 지주사 SK㈜를 최태원 회장이 17.59%의 높은 지분율로 지배하고 있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은 0.36%에 불과하다. 2대 주주는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 6.5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창원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계열은 사실상 SK그룹과 지분관계가 정리된 방계 회사다. SK디스커버리 산하에 SK케미칼·SK가스·SK바이오사이언스 등 계열사를 둔 소그룹 체제로, LG에서 갈라져 나온 LS, LX, LIG와 같은 개념이지만, SK의 브랜드 파워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지금의 사명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오너 일가였으면 SK그룹과 SK디스커버리 계열이 각자의 길을 가는 그림이 그려졌겠지만, 최태원 회장은 최창원 부회장의 뛰어난 경영능력을 높이 사 SK그룹의 핵심 요직을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안팎에서는 최 부회장을 두고 전략적 판단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진중한 성격에 근면함까지 갖춰 미래 사업 구상과 안정을 동시에 꾀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기에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에 대한 최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원 부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이 강화되면서 지분관계로 엮이진 않았으면서도 혈연으로 맺어져 믿을 수 있는 친‧사촌 형제들이 최 회장의 좌우에 포진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인사가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중장기 계획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 회장의 자녀들이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친‧사촌 형제들에게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맡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영권 승계에 대해 “정말 고민 중이다. 준비해야 된다. 내가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그룹 전체를 이끌어 갈 것인가.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아직 공개할 시점은 아니지만 나만의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언급한 ‘나만의 계획’이 경영권 분쟁 우려가 없는 친‧사촌 형제를 핵심 요직에 앉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자녀가 경영권을 물려받을 시점까지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체제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창원 부회장에게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를 맡긴 것은 혈연관계를 떠나 경영인으로서의 능력과 인품을 신뢰한 결과로 보인다”면서 “지분구조상 자녀로의 경영 승계에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도 혹시 모를 경영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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