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남현희 포함 총 20명에 26억원 편취 범행…투자 권유하고 혼인빙자 사기
법조계 "'재벌가 혼외자' 사칭, 고전방식이지만…유창한 화술로 현혹했을 것"
"신분 속여 재력 과시하고 물량공세, 계획적 사기범행서 흔히 쓰이는 수법"
"스스로 인터뷰 자청한 점 특이…범행 쉽게 탄로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행동인데 대범하게 감수"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의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혐의를 받는 전청조 씨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의 재혼 상대로 알려진 전청조(27)씨가 3일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그의 치밀한 사기 수법이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전씨가 이른바 '재벌가 혼외자' 사칭 등 고전적인 사기 방식들을 섞은 물량공세를 통해 사기 대상자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유창한 화술로 최면을 걸듯 현혹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씨를 상대로 접수된 고소·고발 11건과 진정 1건 등 총 12건을 병합해 수사 중이라고 전날 밝혔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전씨의 사기 범행 피해자 수는 총 20명, 피해 규모는 약 26억원이다. 이는 지난 2일 피해자 15명, 피해액 19억원보다 늘어난 규모다. 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국내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나 해외 비상장사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로부터 혼인 빙자로 돈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앞서 전씨는 지난달 23일 남씨와의 결혼을 발표하며 대중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성별은 물론, 각종 사기 전과 의혹 등이 제기됐다. 실제 전씨는 사기로 2년 3개월 실형을 살았고 남씨와 교제 중에도 다른 남자와 결혼을 빙자해 수천만원을 뜯거나 애플리케이션에 투자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투자금을 가로채는 등 다수의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재벌 3세', '파라다이스 그룹의 혼외자' 등으로 속이기도 했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처음부터 남씨의 돈을 편취하려 했다기 보다는 남씨의 유명세와 대중성을 이용해서 주변 인물에게 접근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행하는 코인 투자사기와 바슷한 수법이다"며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숨기지 않는 등 다소 치밀하지 못한 점도 보이기는 했지만 고전적인 수법을 한데 뒤섞어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 씨의 사기 공범으로 고소를 당한 전 국가대표 펜싱 선수 남현희 씨가 7일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나와 차량에 타고 있다.ⓒ뉴시스
익명을 전제로 한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A를 공략하기 위해서 B를 속인 뒤 B에게서 빼앗은 돈을 A에게 주고 이후 또 다른 사람을 속여서 빼앗은 돈을 B에게 주는 방법을 쓴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전씨가 쓴 것으로 알려진 '파라다이스 혼외자' 사칭 수법은 20년도 더 전부터 쓰이던 고전 사기수법이다. 매우 흔한 수법인데 아직도 당하는 피해자가 있다는 점이 놀랍고, 아마도 전씨는 유창한 화술로 마치 최면을 걸듯 사기 대상자들을 현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전씨가 사용한 물량공세나 자신을 재벌 3세라고 속이는 등 재력 과시는 계획적 사기 범행에서 많이 사용되는 수법이다. 물량공세를 하면서 자신이 재력이 많다는 식의 인상을 남기고 투자처를 소개한다거나, 자금이 막혔다는 식으로 속여 돈을 받는 사기 범죄는 매우 많다"며 "친절하게 대하면서 비싼 선물을 주고 그 과정에서 금전적 대가도 요구하지 않은 까닭에 사기 대상자들은 당연히 현혹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전씨 본인이 인터뷰를 자청했다는 점이다. 인터뷰를 해서 이슈화되면 그 사람이 실제로 재력가인지 금세 드러날 우려가 있다"며 "변호사 관점에서 볼 때엔 범행이 쉽게 탄로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행동인데 그 위험성을 대범하게 감수했거나 혹은 '리플리증후군'처럼 자신이 실제 재력가라는 착각에 빠진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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