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질책도 흔쾌히" 거버넌스 '모범' 제시한 삼성‧SK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3.11.01 10:57  수정 2023.11.01 12:45

삼성,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선임사외이사제 도입' 투 트랙 거버넌스 체제

SK, 거버넌스 강화 논의하는 '디렉터스 서밋' 그룹 주요 전략회의로 격상 및 정례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 31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K 디렉터스 서밋 2023'의 패널토의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SK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사회는 CEO가 균형감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활동을 해야 한다.”(최태원 SK그룹 회장)


재계 ‘투톱’ 삼성과 SK가 잇달아 이사회 권한 강화를 통한 경영진 견제‧감독 시스템을 구축하며 거버넌스(지배구조)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SK 14개 관계사의 사외이사 대부분이 참석한 가운데 ‘SK 성장을 위한 통찰력’을 주제로 ‘SK 디렉터스 서밋(Directors’ Summit) 2023’을 개최하고 이 같이 뜻을 모았다.


SK 사외이사들은 각 관계사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독 기능 확대를 위해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의가 회사 내부 감사기구를 직접 감독함으로써 경영 리스크를 사전 및 사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이사회가 수립한 정책과 규정에 맞춰 경영진과 구성원이 투자 및 경영 관련한 구체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춰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들 역시 신규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을 높이는 한편 사후에 리스크를 체크하기보다 사전에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감사를 위한 역량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나아가 사외이사들은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주‧투자자 등과의 소통 강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 추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 방안 등에 대해 토의했다.


SK그룹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매년 열리는 디렉터스 서밋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강화될 예정이다. SK그룹은 거버넌스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에 대한 최 회장의 의지에 따라 지난 2021년 글로벌 스탠더드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사회 중심경영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스토리(Governance Story)’ 추진을 선언했고, 지난해부터 핵심 회의체로 디렉터스 서밋을 열어왔다.


SK그룹은 올해부터 디렉터스 서밋을 확대경영회의, 이천포럼, CEO세미나와 더불어 그룹 주요 전략회의로 격상 및 정례화하고, 사외이사들이 거버넌스의 주요한 축으로서 서밋을 통해 그룹 경영 아젠다를 논의해 나가도록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데일리안

삼성그룹은 지난달 26일 공정‧투명 거버넌스 체제로의 재편을 위한 2가지 표준 모델을 전 계열사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삼성물산 등 8개 계열사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극대화한데 이어, 나머지 계열사들에는 선임(先任)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그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발표 당일 삼성SDI와 삼성SDS가 이사회를 열고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결정했고, 다음날인 27일에는 삼성중공업과 호텔신라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더라도 이사회가 견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할 권한이 있으며,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한, 이사회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며, 이사회 의장 및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현재 국내 상법상 비(非)금융권 기업에는 의무화돼있지 않지만, 삼성은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자 선제적으로 제도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평소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에 따라 그룹 내 전 계열사에서 사외이사 권한과 경영진 감독 기능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승진 당시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 이사회의 논의 절차를 거쳐 승진을 결정하는 등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체제 구축에 힘을 실어줬다.


법적 의무와 상관없이 내부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일관된 삼성의 거버넌스 체제 재편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며 국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준이자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0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또한, 2017년 4월부터는 기존에 운영되던 CSR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는 이사회에 필요한 경험, 전문성, 다양성을 갖춘 후보군을 검토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이라는 삼성의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놓고 재계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거버넌스 체제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에서도 G에 해당하는 거버넌스는 시장의 신뢰를 얻고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핵심 가치”라며 “삼성과 SK를 필두로 경영진 견제‧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혁신이 재계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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