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명절마다 28개 품목 개별 조사
묶음째 사는 소비자와 달리
다시마 10g, 소고기 300g 등
차례상에 실제 올리는 용량만 반영
조윤주 식품명인체험홍보관장이 22일 서울 은평구 은평한옥마을 예서헌에서 열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3 추석차례상 시연 행사에서 모델들과 함께 전통 차례상 차림 및 차례 예법을 소개하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 서울 강동구에 사는 주부 A 씨는 명절 때마다 차례상 비용이 적잖이 부담스럽다. 아무리 필요한 만큼만 준비하려 해도 치솟은 물가와 특히 금(金)값이 된 과일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난다. TV에서는 차례상 비용이 30만원 남짓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 가격에는 음식을 준비할 자신이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 차림 비용을 조사·발표한다. 올해는 전통시장 구매 기준으로 26만7051원, 대형마트 기준 33만9551원이다. 평균은 30만3301원으로 지난해보다 4.8% 하락했다.
그런데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aT 조사 금액에 고개를 갸우뚱 한다. 30만원 내외라는 aT 조사 결과와 달리 최소 40만원 정도는 손에 쥐어야 차례상을 차릴 수 있다는 게 주부들 주장이다. 지난해보다 차례상 비용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는 피부에 전혀 와닿지 않는다.
실제 aT 조사 방식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목이 있다. aT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와 성균관석전대제보존회 자문으로 전통식 차례상 차림을 조사한다. 차례상 차림에 들어가는 품목은 송편과 나물, 탕, 과일, 과자, 생선 등 28가지다.
이 가운데 지난해보다 가격이 내려간 기준은 3분의 1이 채 안 된다. 전통시장 기준으로 했을 때 한우 등 일부 고깃값이 내려가긴 했지만, 나머지 품목은 급등했다. 특히 올해는 유독 과일값이 비싸 주부들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추석을 9일 앞둔 지난 20일 기준 전국 대형마트 34곳에서 판매한 배 5개 가격은 평균 1만6283원이다. 이는 추석을 열흘 앞둔 지난해 8월 31일보다 32.4% 비싼 가격이다.
사과 5개 가격 또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각각 1만5528원과 1만7580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2.7%와 19.0% 올랐다. 올해 이상기온과 폭우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게 주요 원인이다.
어획량이 줄어든 참조기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지난해보다 30% 넘게 올랐다. 2㎏ 쌀 가격은 25.7% 늘었다. 약과나 한과 등도 마찬가지다.
aT 조사 결과가 시장 가격과 괴리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조사 시점이 매년 달라진다는 것과 조사 항목의 수량(용량)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점이다.
aT는 해마다 명절 3주, 1주, 1주 전 각각 가격 조사를 한다. 그런데 명절은 음력이 기준이다 보니 매번 날짜가 바뀐다. 추석 경우 양력 기준으로 이르면 9월 초, 늦으면 10월이라 한 달 가까이 차이 나기도 한다.
제철 과일은 하루가 멀다고 가격이 달라져 조사 시점, 즉 출하 시기에 따라 편차가 크다. 올해만 하더라도 일부 과일값은 이달 초와 지금 10% 이상 차이 난다.
조사 수량에도 한계가 있다. aT는 차례상에 올리는 만큼만 조사한다. 예를 들어 차례상에 사과를 5개 올린다면 그것만 상차림 비용에 포함한다. 탕류도 마찬가지다. 육탕 경우 소고기(양지) 300g, 무 100g, 다시마 10g 등 요리에 필요한 만큼의 가격만 조사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사과를 5개만 사지 않는다. 무나 다시마도 100g, 10g만 살 순 없다. 상을 차리는 데 필요한 용량과 명절 때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수량 다를 수밖에 없다. aT 조사는 말 그대로 차례상에 올라가는 물품을 구매하는 비용일 뿐, 실제 소비자가 장을 보는 데 쓰는 전체 비용은 아니다 보니 차이가 나는 것이다.
40대 주부 박 아무개 씨는 “경기가 어렵다 보니 명절 차례상 비용이 꽤 부담스러운데 정부에서 발표하는 금액이랑 실제 사는 금액이랑 차이가 커서 헷갈린다”며 “아무튼 내년에는 물가가 좀 내려가서 상차림 비용도 좀 적게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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