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발 사태 1년…연체율·고정이하여신 비율↑
익스포저 증가 속 건설 경기 침체로 커지는 리스크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지난해 9월 발생한 레고랜드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1년째를 맞은 가운데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최근 자금 경색으로 인한 건설사들의 위기론이 다시 대두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높아지면서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체율은 말 그대로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비율로 고정이하여신은 회수불능이 확실시돼 손실 처리가 불가피(추정손실)하거나 연체여신 중 손실이 예상(회수의문)되고 담보 처분을 통해서만 회수 가능(고정여신)한 여신을 합한 것으로 부실채권 지표로 활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증권사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1.8%(1조2000억원)로 지난해 말(14.8%) 대비 7% 포인트 상승하며 20%선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수치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3월 말(19.8%)에 비해서는 2%포인트 오른 수치다.
고정이하여신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로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나쁘다는 의미다. 지난 2021년 말 기준으로는 5.7%에 불과했지만 1년 전 레고랜드발 채권 위기에 따른 부실우려로 증권사의 자금경색이 심화된 영향이다.
연체율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은 17.3%로 지난해 말(10.4%)과 비교하면 6.9%포인트나 올랐다. 지난 3월 말(15.9%) 대비 1.4%포인트 상승하며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연체 잔액도 9000억원으로 올 들어 4000억원이 증가한 상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출 잔액이 타 업권에 비해 크지 않다며 업권의 자본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올 들어 부동산PF 대출 잔액이 4조5000억원에서 5조5000억원으로 약 1조원 가량 불어났고 채무보증 잔액도 22조5000억원에서 22조9000억원으로 4000억원 늘었다.
이에 6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져(Exposure·위험노출액)는 28조4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익스포저는 부동산 PF 투자로 노출·발생할 수 있는 위험 비중 또는 금액으로 채무보증 잔액과 대출 잔액 규모로 산출된다.
증권사들은 통상적으로 부동산 PF 대출보다는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큰 편이다. 증권사들은 주로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에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유동성 및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등의 형태로 부동산 PF 사업장에 채무 보증을 하기 때문으로 제때 분양이 되지 않거나 사업이 지연 또는 무산되면 채무보증을 선 증권사가 대신 변제해야 한다. 단지 대출 잔액만 놓고 볼 문제가 아닌 것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의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특히 최근 건설 경기 침체로 돈줄이 막히며 위기에 빠지는 건설사들이 증가하고 있고 심지어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대출과 채무보증을 해 준 증권사들로서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들어(9월 22일 기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총 405건으로 집계돼 17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동산PF 시장 경색이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건설업은 PF로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는 특성상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데 자금 시장이 경색돼 돈이 돌지 않으면 브릿지론(토지대금 등 부동산 개발사업의 초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업인허가 내지 PF대출 이전에 실행하는 대출)→본 PF→중도금 대출→잔금 대출 등 단계별 진행이 어려워진다. 이는 곧 자금 회수가 되지 않고 이에 착공·분양이 지연되면서 신규 공급이 막히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기존 채무 해소는 더욱 어렵게 되면서 채무 보증을 선 증권사에 부메랑이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는데 이는 부동산 PF 사업 참여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자금 경색이 더욱 강화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가팔랐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점차 완화되고 있다며 리스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안 심리 확산 방지에 나서고 있다. 또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사업장에 자금 숨통을 틔워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방침 하에 금융권과 ‘PF 대주단 협약’을 부활시켜 PF사업장들에 대한 채권 재조정 추진에 나선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도 잠재적인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불안감도 엿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부동산PF 위기론이 대두됐을 때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올 들어 상당히 선방해 온 셈”이라면서도 “건설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자금 경색이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사업장별 현장 점검과 철저한 연체율 관리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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