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되니 드라마로?...‘씨네라마’ 시도의 장점과 한계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09.25 11:23  수정 2023.09.25 12:51

‘한강’ 등 6부작 시리즈물의 아쉬운 완성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등장 이후 영화와 드라마 사이, 회차와 러닝타임을 줄인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이 생겨났다. 기존의 드라마가 16부작 내외의 회차로 시청자들을 만났다면, 6부작 또는 8부작 등 회차를 대폭 줄여 진입장벽을 낮추곤 하는 것이다.


2시간 내외의 영화와 비교하면 다소 길지만 드라마보다는 짧은, ‘씨네라마’(씨네마+드라마)라는 하나의 선택지가 새롭게 생겨난 셈이다.


현재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 중인 ‘한강’은 6부작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 ‘마스크걸’은 7부작으로 공개됐으며, ‘D.P.2’는 6부작의 임팩트 있는 전개로 강렬함을 선사했다. 웨이브의 ‘박하경 여행기’는 30분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부담감을 줄여, 8부작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콘텐츠의 숫자는 많아지고, 대중들은 짧고, 빠른 호흡의 작품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내는 등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은 선택이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영화 시장이 위축됐고, 이에 저마다의 이유로 OTT 작품에 도전하는 영화감독들이 기존의 호흡을 조금 늘리는 것으로 변화에 대응을 하기도 한다.


권상우가 ‘한강’에 대해 “원래 영화 시나리오였는데, 6회로 늘어나면서 이야기가 바뀌었다”고 설명했으며, ‘마스크걸’의 김용훈 감독 또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이었다. ‘D.P.2’의 김성훈 감독, ‘박하경 여행기’의 이종필 감독 등 최근 씨네라마를 선보인 다수의 감독들이 영화감독 출신이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애매한 완성도로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유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마스크걸’은 개성은 확실하지만,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지나치게 압축해 캐릭터의 입체감 등이 약화됐다는 아쉬움 섞인 반응을 듣기도 했다. 주인공 모미의 이야기를 이한별, 나나, 고현정 3인 1역으로 풀어내고, 회차별로 화자를 바꾸는 등의 색다른 시도는 돋보였지만 ‘7부작’의 짧은 러닝타임 때문에 작품의 깊이를 느끼기 힘들었다는 부정적인 평도 있었다.


반대로 2시간 분량의 영화를 늘린 듯한 느낌으로 지루함을 유발하는 작품도 있었다. 한 예로 한강경찰대가 한강을 둘러싼 범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한강’이 다소 평범한 전개로 ‘한 방이 없다’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의미 없는 티키타카가 이어지면서 하나의 큰 줄기로 이야기가 몰입도 있게 전개되지 못하는 등 6부작을 채울 만한 서사적 풍성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이다. 한강경찰대라는 신선한 소재를 좀 더 강렬하게 풀어내지 못해 혹평을 받고 있다.


이준익 감독의 티빙 도전작 ‘욘더’ 역시도 비슷한 사례다. 회차당 30분 분량의 6부작 드라마로 공개가 됐는데, 3시간 30분짜리 영화를 쪼개서 공개한 것에 그쳤다는 일부 시청잗르의 혹평을 받았다.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인물들의 내면을 깊게 파고드는 장점이 물론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루하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회차 별로 여행지를 나눠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에피소드별로 꺼내 볼 수 있는 장점을 보여준 ‘박하경 여행기’와는 상반되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작품에 맞게 회차, 러닝타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함이 OTT의 장점인 것은 사실이다. 앞서 언급된 작품들 역시 작품의 성격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했지만, 이것이 아쉽게도 호평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짧은 분량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쾌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일 수도 있다.


다만 최근 영화 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작 및 투자가 크게 위축됐고, 이에 기존의 시나리오를 시리즈물로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씨네라마’의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하게 한다.


한 영화감독은 “지금 드라마 사정도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영화보다는 루트가 많은 것 같다. 현재 쓰던 시나리오를 드라마로 늘리려는 시도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 영화와 드라마는 엄연히 다른 분야라 쉽지 않다. 일단 새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한데, 이것이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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