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하다 5월부터 증가 전환
예·적금과 이자율 경쟁 악재
생명보험사가 보험을 해지한 고객에게 돌려준 환급금이 올해 들어 다섯 달만에 20조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성보험 상품을 높은 금리의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갈아타는 고객도 많지만, 최근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보험 유지를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은행권의 가계 대출 규모도 점점 늘어나면서, 빚만 쌓이고 미래 위험에 대한 보장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가 올해 1~5월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20조8123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 증가폭은 ▲1월 5조4573억원 ▲2월 4조4067억원 ▲3월 4조3343억원 ▲4월 3조3010억원 ▲5월 3조3131억원을 기록했다. 1월 이후 지속 감소해오다 지난 5월 들어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이 시기에 보험 해지가 늘어난 이유는 우선 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금리의 은행 예·적금으로 수요가 몰린 탓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기준금리를 8번 인상하면서 2021년 말 연 1.0%였던 수준에서 현재 연 3.50%까지 올렸다. 이에 시장금리 또한 치솟으면서, 제 1금융권의 예·적금 금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불황의 그림자도 보험을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생활고가 깊어지면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보험을 깨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가계 빚도 보험 계약 유지 측면에서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고금리인 상황에서 대출 자체도 늘어나면, 그만큼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렇게 되면 가계로서는 다른 비용을 최대한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은행권 가계 대출은 최근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들어 4월까지 1년 4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이어오다 지난 5월부터 갑작스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가폭은 ▲5월 1431억원 ▲6월 6332억원 ▲7월 9755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도 보험 해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점에 이른 줄 알았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 7월 5.25~5.50%로 인상됐고, 이달 8월 영국 기준금리도 연 5.25%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장기 상품인 보험을 중도 해약할 때 납입한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족구성·생애주기의 변화 등으로 생보사가 판매하는 상품들의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은 와중에 고객 해지가 늘어난 것은 우려스럽다"면서도 "다른 상품으로 재예치하는 경우도 많고 보장성보험의 파이를 늘려나가며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