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공정 수능’ 발언...핵심은 정쟁 아닌 사교육 척결
빅데이터 ‘일타강사’, ‘사교육’ 부정 평가 압도적...긍정은 20%대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 약 24조원...향후 더 심화할 우려
정부와 국민의힘이 실무 당정협회의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교육과정 밖 '킬러 문항' 배제와 적정 난이도를 확보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지난 19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킬러문항 관련 안내문구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한 수능 발언이 일파만파 정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이란 말인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 교육 당국과 사교육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격렬하다. 그렇지만 발언의 핵심은 ‘사교육’ 척결이다.
현우진, 이다지 등 기라성 같은 사교육계 슈퍼스타 일타강사 쪽으로 비판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고 사교육에 대한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타강사와 사교육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긍정·부정 감성 비율은 어떻게 될까(16~20일). 썸트렌드로 분석한 일타강사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비판하다’, ‘혼란’, ‘불쌍하다’, ‘반발’, ‘가이드’, ‘정확하다’, ‘논란’, ‘마음열다’, ‘자랑하다’, ‘냉담하다’, ‘고급’, ‘멘붕’, ‘옳다’, ‘우려’ 등으로 나왔고 사교육은 ‘혼란’, ‘논란’, ‘비판’, ‘강화하다’, ‘간사’, ‘불안’, ‘부담’, ‘경질’, ‘불공정하다’, ‘걱정’, ‘부당하다’, ‘확보되다’, ‘힘들다’ 등으로 나타났다. 공감하는 내용이 부분적으로 있기는 하지만 사교육 실태와 일타강사의 지나친 부각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다.
빅데이터 긍정·부정 감성 비율로 볼 때 일타강사에 대한 긍정은 28%, 부정 69%로 나왔고 사교육에 대한 긍정은 20%, 부정은 79%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교육부와 공동으로 실시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끔찍할 정도다.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3.4조원이고 사교육 참여율은 75.5%, 주당 참여시간은 6.7시간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0%, 8.4%P, 1.5시간 증가했다고 한다. 2021년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데 사교육은 더 심화되었다. 전년 대비 전체 학생수는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참여율과 주당 참여 시간은 증가했다고 하니 말이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중에서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4만 9000원이라고 하는데 적게 잡은 수치로 보인다. 한 집에 자녀가 2~3명 되고 학원 다니는 과목이 2~3개 더 늘어나면 한 달에 줄잡아 수 백 만원이 사교육비로만 지출된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사교육으로 골병이 들어도 회복 불가능한 경제적 치명상을 입는다는 의미다.
수능 5개월여를 앞두고 대통령의 수능 입시 관련 발언이 일파만파 논란이 되는 상황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킬러 문항이라는 기행적인 입시 문제 출제 관행과 수십 년 동안 우리 공교육을 갉아 먹고 있는 사교육을 근절하기 위한 중대 결단의 시점에 서 있음은 명확해 보인다.
사교육의 문제는 경제적 비용의 과다나 공교육을 무너지게 만드는 폐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를 가지지 않는 중대한 이유 중에 하나로 감당하기 힘든 높은 사교육비가 존재하고 있다. 사교육으로 인해 대치동, 청담동 과외를 동력으로 하는 서울과 수도권의 많은 우수 학교들 중심으로 계층 사다리는 재구조화되었다. 지방의 교육마저 양극화되며 낙후되는 처참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 올린 교육 개혁의 불씨가 ‘킬러 문항’을 제거할지에만 집착되어서는 안 된다.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사교육을 어떻게든 축소하겠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사교육 근절에 지금 당장 나서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사교육 문제를 지속해서 지적받아 왔지만, 어느 정권도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처럼 되어 버렸고 그 뿌리는 이제 어떤 척결 노력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굳어지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0월 28~31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0명 웹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4.2%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대학 진학을 위한 사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물어보았다. ‘현재보다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32%, ‘지금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이 51%로 나타났다. 지금과 비슷하거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응답자 10명 중 8명이나 된다. 자녀의 명문대 진학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사교육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특히 자녀가 주로 대학 진학 연령대로 올라서는 40대는 그 사교육에 비중을 두는 비율이 무려 85%나 된다. 일정한 수준까지는 사교육도 한국의 교육 경쟁력에 보탬이 되었을 것으로 인정된다. 그렇지만 지나치면 순기능보다 역효과에 직면하게 된다.
윤 대통령의 수능 발언이 ‘정치적 공방’이나 ‘킬러 문항 제거’ 등의 지엽적인 문제로 국한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지금 당장 사교육 척결에 나서고 대학 입시와 한국 교육 전반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한국 교육은 경쟁력을 잃고 인터넷 강의에 절어있는 형편없는 사교육 공화국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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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배종찬 인사이트케이소장·정치컨설턴트(mikeb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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