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낳은 수재' 김관영, 잼버리·전북특별법 넘어 도약할까 [도정점검-지방선거 1주년 ⑦]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05.29 06:00  수정 2023.05.29 06:00

옛 국민의당 복당파 중 가장 먼저

완전한 정치적 재기…궤도 올라

도민들, '아깝다' 판단해 일으킨듯

DY 이후 전북 대표 정치인 기대감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지난해 4월 29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 결과 민주당의 전북도지사 후보로 선출되자 지지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진행된 이날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김 지사는 완전한 정치적 재기를 달성했다. ⓒ뉴시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옛 국민의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復黨)한 호남 복당파 정치인들 중 가장 먼저 완전한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전북도지사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현역 의원인 김윤덕·안호영 의원을 제압하고 후보로 선출됐으며, 여세를 몰아 본선에서는 82.1%라는 광역단체장 전국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다.


전북도민들이 김관영 지사를 다시 일으켜세운 것은 그가 '전북이 낳은 수재'로 불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지금도 시골인 군산시 회현면 학당리에서 태어난 김 지사는 군산제일고를 거쳐 만 18세에 최연소로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하고, 이후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도 합격해 이른바 '고시 3관왕'을 달성했다.


회계법인 공인회계사에 기획재정부 사무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에 재선 국회의원으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43세에 원내에 입성했으며 53세에 도지사가 돼 나이도 젊은 편이다. 1969년 11월생으로 전국 광역단체장 중 가장 젊다.


새정치민주연합 분당(分黨) 때 국민의당을 창당에 가세했던 호남 정치인들 중에 정치인생을 마감하거나 아직도 방황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김관영 지사가 유독 빠르게 다시 궤도에 오른 것은 그를 아깝게 여긴 전북도민들의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정동영 전 열우당 의장(DY) 이후 전북을 대표하는 전국구 정치인으로 부상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하고, 그렇다고 이렇다할 대안도 딱히 눈에 띄지 않는 만큼 김 지사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큰 정치'에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에 전국 시선 쏠릴 잼버리 '기회'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 국제 행사
세계 각국서 4만여 명 전북 몰려들듯
대회 전후로 새만금 개발에도 '탄력'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지난 17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전북 부안군 세계 잼버리 대회 현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도정 1주년을 앞둔 김관영 지사에게 다가오는 세계 잼버리 대회는 기회다. 오는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새만금 일대에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린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치른데 이어 32년만에 다시 세계 잼버리를 치르게 됐다. 세계 각국에서 4만3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해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중 최대 규모다. 자연스레 대회 기간 중에는 전북이 여론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북의 아픈 손가락' 새만금 일대에서 치러지는 만큼, 김 지사는 도지사 취임 이후 세계 잼버리 준비와 잼버리를 전후해 새만금의 개발 동력을 확보하는데 각별한 관심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민자사업 대상이었던 잼버리 부지는 대회 개최를 준비해야 하는 관계로 공공주도 매립으로 변경됐다. 동서·남북 축 도로 등 교통 인프라와 용수 공급을 위한 계화배수지 조성 등 기반시설 마련에도 탄력이 붙었다. 대회부지는 폐막 이후로 대규모 투자 유치도 가능해보인다. 인프라가 구축된 만큼 투자 여건이 개선돼 기업 유치에도 탄력이 붙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온다.


팬데믹~엔데믹 이후 첫 세계구급 대회라는 점을 고려해 전북 관광 진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잼버리 전후로 18개의 사전·사후 관광프로그램이 마련됐는데, 이들 프로그램에만 7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잼버리 전후로 전북도내 30개 농촌마을을 체험할 수 있는 '농촌체험 휴양마을 프로그램'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특별법' 연내 개정 달성은 큰 숙제
지금은 27개 조문…"골격 밖에 없다"
도민들, 金 중앙서 발휘할 역량에 주목
도정 초중반 중대 분수령이자 '시험대'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지난 2019년 4월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시절 고뇌에 빠져 있다. 당시 김 지사는 원내 현안 문제로 고뇌해야할 일이 많았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면 과제인 세계 잼버리를 치러내고나면 김 지사에게는 '전북특별법'이라는 숙제가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게 돼있지만, 지난해 연말 통과된 전북특별자치도의 내용을 담은 법은 총 27개 조문으로 사실상 도의 명칭을 전라북도에서 전북특별자치도로 바꾸되, 그 관할 영역은 종전과 같다는 내용 밖에는 없다.


이 점은 지난 4월 치러졌던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시 김호서 후보 등은 "제주특별자치도법에는 국방·외교·사법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전북특별자치도법은 A4 용지 5매에 불과할 정도로 골격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제3금융중심지 설치와 운용에 관한 내용을 담은 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내겠다"고 공언했었다.


이처럼 특별자치도에 걸맞는 다양한 특례 권한을 확보하려면 특별자치도 출범 전 '전북특별법'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년 1월 18일 출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8월 잼버리를 치른 뒤, 9월부터 개회하는 정기국회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강원도가 김진태 지사의 '천막농성' 승부수 끝에,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직전 '강원특별법' 개정에 극적으로 성공한 것도 김관영 지사를 압박하는 요소다.


'김관영 도정'은 전북특별법 개정안을 306개 조문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정법을 통과시킬 권한이 있는 곳은 국회다. 국회 공략 과정은 김관영 지사에게는 도정 초중반의 중대한 분수령이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전북도민들은 역대 민선 전북도지사 중 몇몇 인사들은 지역에서만 기침소리를 낼 뿐, 중앙에 끈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곤 했다. '고시 3관왕'에 기재부 사무관, 김앤장 변호사, 재선 국회의원에 원내교섭단체 원내대표까지 지냈던 김 지사가 전북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도민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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