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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교육이 지속 가능한 아이돌 만들죠” [아이돌, 인성도 실력이다③]


입력 2023.05.30 14:01 수정 2023.05.30 19:1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더하기교육원 김민혜 대표 인터뷰

다수 아이돌 기획사서 인성교육 진행

"말 한마디가 거취에 영향...마음의 근력 키워야"

“경험에 근거한 인생에 꼭 필요한 이야기와 조언이 도움이 됐다” “연예인 되기 위해 능력 외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짚어준 부분이 좋았다” “프로가 되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과 마인드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높은 자리를 꿈꾸고 있는 만큼 그 자리에 맞는 인성과 행동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인성은 사람의 품성, 마음씨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많은 것들이 인성으로 말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인성교육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습생들의 후기다. 연습생들은 어린 나이부터 경쟁에 내몰린다. 학교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공동체 및 인간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다. 때문에 데뷔 이후 이와 관련한 논란들이 이어졌고, 가요 기획사들은 최근 몇 년간 인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육성 과정에 인성교육을 포함하고 있다.


더하기교육원 김민혜 대표 ⓒ본인제공 더하기교육원 김민혜 대표 ⓒ본인제공

현재 서울 마포구에서 더하기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민혜 대표는 기업 교육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아이돌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어린 시절부터 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돌의 인성교육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성도 ‘학습’의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돌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세계적인 파장과 함께 본인과 팀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잖아요. 한 번의 실수 또는 사건으로 미래가 바뀌기도 하고요. 인성교육을 통해 아이돌이 안전(혹은 사고 없이)하게 오랫동안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성을 담당하는 전두엽 성장의 완성을 만 25세 전후로 보고 있어요. 흔히 ‘전두엽은 마음 근력의 기반’이라고 하잖아요. 이들이 한참 활동하는 시기가 인성이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죠. 이 시기에 학습한 것들이 평생 활동하는데 ‘마음의 근력’이 될 겁니다.”


평소 진행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과 아이돌의 교육에는 차별을 둔다. 김 대표는 교육의 기준을 ‘방송’에 뒀고 ‘아이돌의 안전’에 방점을 찍었다.


“방송에서 말하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언어와 태도에 대해 알려주고,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또 대체할 수 있는 혹은 더 적절한 다른 표현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교육합니다. 사실 교육을 하면서 그 주에 있었던 연예계 사건‧사고에 대해서 이야기만 나눠봐도 한 시간이 훌쩍 갑니다. 사건 내용을 다루면서 문제가 되었던 이슈에 대해서 가벼운 토론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그 토론 속에서 서로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인성을 표현하는 것은 말과 태도잖아요. 표현하는 것까지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진행하는 강의뿐만 아니라 기획사에서는 분야별로 다양한 전문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진행한다. 인성교육은 1회성에만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각분야별 전문 강사들이 방향성을 맞춰가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김 대표는 강사들이 가져야 할 책임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강사의 교육 방향이 곧 아이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책임자와 라포형성을 통해 교육생(아이돌들)이 조금 편안한 분위기에서 교육받도록 하고 있어요. 편안해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고 대화가 오가는 중에 표현이나 행동 등을 교정해 줄 수 있거든요. 인성교육은 ‘누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의 인성입니다. 제가 바른 인성과 바른 방향성을 가져야 교육생들에게도 잘, 오해 없이 전달될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교육한 대로 방송에서 말하거나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 전 항상 공부하고, 여러 변수도 생각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아이돌 인성교육은 다른 교육보다 유독 신경 쓸 것이 많고 민감한 편이에요. 기획사 내부 사정이나 교육생 정보 등 보안에 대한 책임감도 물론 가져야 하고요!”


인성특강 현장 ⓒ본인 제공 인성특강 현장 ⓒ본인 제공

아이돌을 가르치는 것이 물리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돌은 물론이고 주로 데뷔조에 속한 연습생들이 인성교육을 받게 되는데 시간적인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인성교육은 ‘몇 시간, 몇 회’로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데뷔조의 스케줄에 인성교육까지 받는 건 사실상 시간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죠. 데뷔 후에는 말할 것도 없고요. 스케줄을 해내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인성교육까지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무리해서 한다고 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경이죠. 실제로 10회 교육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를 다 채우지 못한 경우도 있고요.”


주변 환경도 문제다. 같은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도 인성은 천차만별이다. 인성은 주변 환경에서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획사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참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린 나이에 경쟁 사회에 들어와 혹독한 평가를 거쳐 데뷔한 친구들이잖아요. 데뷔 후에도 꼭 잘된다는 보장도 없고요. 이런 환경에서 바른 인성까지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함께 행동하기, 같은 표현으로 말하기 등 기획사에서 함께 인성교육에 동참해주시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꾸준히, 지속적으로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하고요.”


아이돌 인성교육이 당연시 여겨지면서도 사실상 타이틀만 내세운 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인사를 교육 담당자로 내세우기도 한다. 김 대표 역시 기획사가 인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안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말한다.


“케이팝의 세계화와 함께 영향력과 동시에 파장도 엄청나다는 것을 기획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아이돌의 한 마디가 불러오는 파장이 회사의 막심한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다행히 과거엔 아이돌의 성공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데뷔 후 지속가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인성교육이 이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성장 과정 속에 있는 사람이지 완벽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대중은 아이돌에게 너무 완벽한 사람을 기대하죠. 엄격한 잣대보다는 따뜻한 시선이 아이돌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조금은 덜 엄격하고, 조금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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