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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공단 답안지 파쇄 피해자들, 승소하겠지만 보상 100~200만원 수준" [법조계에 물어보니 155]


입력 2023.05.27 06:15 수정 2023.05.27 06:43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산업기사 답안지 인수인계 과정서 착오로 600여명 답안지 파쇄…피해 응시생 단체 소송 제기

법조계 "시험 답안지 관리 의무 소홀한 공단, 당연히 배상 책임…손해배상 청구소송 승소 가능성 높아"

"다만, 재산상 손해는 따지기 어려워…정신상 손해 인정돼도 보상 규모 크지 않을 듯"

"개인별 손해배상 액수도 천차만별 다를 것…법원서 청구액 얼마나 인용할 지 지켜봐야"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가운데)과 임직원들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 연수중학교에서 시행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 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가운데)과 임직원들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 연수중학교에서 시행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 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업무상 착오로 채점도 하지 않은 600여 명의 국가자격시험 답안지를 파쇄해 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단은 응시생 전원에게 재시험 기회를 주겠다는 방침이지만, 같은 문제를 다시 출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피해를 입은 응시생 다수가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가운데, 공단 과실이 확연히 입증 가능한 상황인 만큼 법조계 전문가들은 응시생들의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법원에서 피해자들이 입은 재산상·정신상 손해를 얼마나 인정하고, 청구 금액 중 어느 정도를 인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정신상 손해가 인정돼도 보상을 전부 받아봤자 100~20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26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에 있는 연서중학교에서 시행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의 필답형 답안지가 파쇄된 것으로 지난 20일 확인됐다. 앞서 이날(4월23일) 해당 시험장에서는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의 응시자 609명이 시험을 봤다.


시험 종료 후 답안지는 포대에 담겨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운반됐고, 서부지사는 이튿날 관할 16개 시험장의 답안지 포대를 공단 본부 채점센터로 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609명의 답안지가 담긴 1개 포대는 담당자 착오로 누락됐다. 공단은 이러한 사실을 시험을 치른 지 한 달 가까이 흐른 이달 20일에야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태를 인지한 공단 측은 "피해 응시생들의 손해가 최대한 복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오는 6월 1~4일과 24~25일 중 응시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재시험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교통비 지원 및 추가 보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전체 응시자 약 15만명 중 답안지가 파쇄된 609명이 시험을 다시 한번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재시험을 진행하더라도 답안지가 파쇄된 시험과 재시험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공정성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까닭에 피해를 입은 응시생들은 온라인 채팅방 등을 통해 집단소송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공단을 상대로 상당 부분 피해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일단, 법조계 전문가들은 응시생들이 제기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승소 가능성은 높다고 봤다.


피해 응시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예현 서정규 변호사는 "26일 소송인단을 모집한 뒤 법원에 공단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며 "청구 금액은 우선 1인당 500만원으로 진행하려고 하며, 공단 과실을 확실히 입증 가능한 상황이라 패소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는 "응시생들의 시험 답안지를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한 것인 만큼 당연히 공단에게 보상 책임이 있다.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이미 짜놓은 시험 일정과 차후 취업 계획이 모두 지연되거나 꼬인 것이나 마찬가지라 피해 상황이 적지 않을 것이다"며 "법원에서 피해자들의 정신상 손해를 재량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민본 신장식 변호사 또한 "직접 손해라고 할 수 있는 교통비나 식비와 위자료 등이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장식 변호사는 "응시생 개개인이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 등은 따지기 쉽지 않아 손해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상민 변호사는 "재산상 손해를 따지기가 어려운 까닭에 인과관계 인정이 될 지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손해가 인정되기 굉장히 어렵고 법원도 고심하게 될 것 같다"며 "정신상 손해가 인정돼도 보상 규모가 크진 않을 듯 하다. 아마도 보상을 전부 받아봤자 100~2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트리니티 강태욱 변호사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케이스라 명확한 예상이 어려우나, 기본적으로 정신상 손해에 따른 위자료가 책정될 것 같고 금액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며 "또한 개별 응시생마다 준비 기간, 취업 일정 등 상황이 모두 다른 까닭에 손해배상 액수도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이다"고 전했다.


서 변호사는 "이번 시험을 치른 응시자 대부분이 사회초년생, 취준생, 학생들이다. 다수의 응시생들이 큰 피해를 입은 만큼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소송이다. 그렇기에 성공보수도 걸지 않고 비용도 최소화하려고 한다"면서도 "다만 법원에서 어느 정도 금액을 인용할 지는 경과를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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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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