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스페어>로 주목받고 있는 두 주연 배우 임준일(왼쪽)과 정우
공포 스릴러물이 주를 이루기 마련인 여름 시즌 극장가. 올해는 여느 때와 다르게 유독 많은 대작 액션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액션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 할리우드 영화는 물론 국내 영화까지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크고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시원한 액션물이 가득 쏟아지고 있어, 다른 장르 혹은 톱스타가 없는 작은(?) 작품들은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민망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스페어>가 누구나의 예상과 다르게 대작에 몰려 있는 관객들의 관심을 조금씩 빼앗고 있다. 배급사는 물론 감독과 주연배우들까지 관객들에게 확신을 줄 만한 ´메이저´ 명함을 갖고 있지 않다.
연출을 맡은 이성한 감독은 다른 신인감독들과 달리 내노라하는 영화학과 관련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유명 감독의 영화 작업에 스태프로 참여한 경험도 없다. 제작비도 액션물에서 가능할까 싶을 만큼 적은 액수인 20억원.
배우 캐스팅 역시 모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서울 액션스쿨 정두홍 감독의 제자로 몇 영화의 무술팀으로 참여했던 프로필 정도가 전부인 임준일과, 여러 작품의 출연 경험이 있지만 대부분 단역이라 대중에게는 다른 신인 못지 않게 낯설은 정우가 <스페어>를 이끄는 주인공이다.
하지만 <스페어>의 성과는 이미 놀라운 정도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돼 관계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이달 초부터 진행된 일반 시사회에를 통해 미리 작품을 접한 관객들도 감동의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독립영화로 분류돼 단 두 개관에서 개봉할 예정이었던 이 영화는 단지 ´입소문의 힘´으로 전국 극장가에 내걸리는 ´흥행´보다 눈물 겨운 결과를 이루게 됐다.
개봉을 앞두고 초조함과 긴장감에 쌓여있는 것이 당연할 법한 임준일과 정우는 요즘 ´싱글벙글´이다. 일반 시사회 후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이들은 이미 남부럽지 않은 스타급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 매 시사회마다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의 사진 세례와 사인 요청이 쏟아져 몸을 쉼 틀도, 숨을 고를 시간조차 없을 정도다.
<스페어> 광태 역의 임준일
솔직히 시나리오만 봤을 때 ´특별히 잘 되겠다´ 싶은 차별성을 느끼지 못했다. 의지할 수 있는 큰 배우가 단 한 명도 없는 것 또한 부담되고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출연 제의만으로도 마냥 기뻐해야할 신인 입장에서 주제 넘게도 열흘 정도를 고민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다른 작품에서의 내 연기만 보고 확신을 해주셨듯 나 역시 감독님에게 끌리는 마음을 거부할 수 없었다. 감독님의 머릿속이 너무나 치밀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믿고 따라가 보자´는 심정으로 부딪쳐 보기로 했다. 영화를 찍는 과정 내내 감독님의 치밀함으로 점점 스토리에 살이 붙여지고 완성미가 갖춰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애초의 걱정스럽던 마음은 어느새 자신감으로 변해 있었다.(정우)
감독님과 내가 처음을 함께 시작한다는 점이 내겐 참 의미 깊게 다가왔다. 신인의 입장이라 그런지 톱스타 없는 영화지만 찍는 내내 ´내가 누가 되면 어쩌나´란 걱정을 오히려 많이 했었다. 단,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스페어>에는 새로운 배우 못지 않게 톡톡 튀는 새로운 시도들이 담겼다는 점이다. 배우의 입장에서 찍으면서도 몰랐던 부분을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발견하고 감탄도 많이 했다. 관객분들 또한 그런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허용적으로 봐주신다면, ´꽤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임준일)
연출을 맡은 이성한 감독이 신인이긴 하지만 두 배우를 캐스팅 한 것은 누가봐도 과감한 선택이다. <스페어>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사실 극중 조연인 ´쌍둥이 형제´ 를 찾는 오디션에 지원했었다. 아무런 통보가 없어서 ´떨어졌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달 뒤 쯤 연락이 왔다. 감독님께서 ´주인공 광태 역을 연습해서 일 주일 뒤에 다시 미팅을 갖자´고 하시더라. 아무래도 쌍둥이보다 액션을 훨씬 많이 보여줘야하니까 ´무술팀´ 경력의 내가 기회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이 날 주인공으로 결정하셨을 때 스태프 분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하더라. 인지도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많이들 걱정하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감독님이 ´대역 없고 와이어 없는 액션을 잘 할 수 있는 배우를 집중적으로 찾고 계셨고, 그런 점들을 감안해 결국 나를 선택해 주셨다.(임준일)
<스페어> 길도 역의 정우
솔직히 감독님이 날 캐스팅하신 것에 대해서는 나 조차도 의아했다. ´이런 큰 역을 왜 나에게 주실까´ 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른 작품에서 나를 보고 ´이길도´란 역과 참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일단 보자고 하신 거다. 미팅 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 배우로서의 집념, 내 나름대로 연기에 대한 가치관 등을 말씀드렸더니 나를 더욱 욕심내 주셨다. 신인 배우인 내가 흔쾌히 출연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 아닌 ´일 주일 정도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 고 답했을 때도 전혀 반감없이 이해하고 기다려주셨다. 이성한 감독님은 굉장히 독특하고 좀 이상한 분이다. 그런 반면 굉장히 모범적이다. ´당찬 열정´이 가진 것의 전부인 나를 택해주신 감독님의 ´독특함´과 ´과감함´이 정말 감사하기만 하다.(정우)
´액션스쿨 출신´으로 단 방에 주연을 거머쥔 임준일에게 영화를 미리 접한 관객들이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임준일이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기존의 것과 다른 ´액션 연기´는 뭘까.
한국에는 성룡이나 이연걸 처럼 액션으로 극 전체를 이끌고 나가는 배우들이 없었다. 한국영화에서 액션은 스토리를 꾸며주는 장치인 경우가 대부분일 뿐, 기능적인 액션이 제대로 추가되고 녹아있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내가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무술´도 중요하지만 일단 배우로서 아깝지 않은 연기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액션을 잘 하는 사람인데 연기도 되는 정도´가 아닌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인데 액션도 제대로 소화할 줄 아는´ 그런 배우가 되는 것이 내 꿈이자 목표다.
영화 <스페어> 속 한 장면
액션 장르의 경우 국내에서 역시 가장 대중화돼 있어 앞다퉈 제작되긴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마저도 관객을 실망 시키는 경우가 꽤 많았다. 기술적인 면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역시 외국 못지 않게 CG 기술이 장차 발전한다면, 무술을 잘하는 액션배우의 설 자리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할리우드의 완벽한 CG 기술 대비 홍콩은 와이어, 한국은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액션 등 각자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물론 한국영화 역시 앞으로 훌륭한 CG 효과를 자랑할 수 있게 된다면 분명 액션배우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 역시 없다고 보지 않는다. 액션 한 동작도 연기가 녹아있는 것과 그냥 ´액션´의 차이는 크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CG로 보는 것과 배우가 직접 한 진짜 액션의 차이를 분명 느끼실 것이다. 배우가 직접 한 액션이 정말 괜찮다면 관객들의 평가도 그만큼 다르지 않을까(?).
류승완 감독님의 <짝패>에 배우로 참여할 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초반부터 액션 배우의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 ´무술´이 필요하지 않은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다. 그런데 류승완 감독님은 내게 ´난 니가 액션배우가 되길 바란다´고 강하게 권하신 적이 있다. <스페어>의 이성한 감독님 역시 ´앞으로 더욱 액션 배우를 욕심내라´고 하시더라. ´성룡이 로맨스나 휴머니즘 영화를 찍으면 관객들이 좋아하겠냐´라는 반문을 하셨다. 연기 잘하는 ´무술 배우´의 액션 연기는 분명 다를 것이다. 이제는 나 스스로도 누구보다 ´연기 잘하는 액션 배우´ 가 되고싶은 욕심이 크다.
<스페어>에는 싸움 잘 하는 악날한 ´놈´들이 많이 나온다. 유일하게 멋있어 보일 것 전혀 없는 얍쌉한 캐릭터는 ´길도´ (정우) 한 명이다. 극중 여러 악역들과는 다른 튀는 악역이 배우 입장에서 즐겁지 만도 쉽지도 않았을 법하다.
감독님으로부터 처음 역할 설명을 들었을 때는 극중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꽤나 나쁜 놈이 아니었다. 좀 얄미운 수준 정도? 옷 잘 입고 세련된 밉지 많은 않은 여우 같은 악역이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이 시작되고 역할에 몰입되면서 자연스레 정말 나쁘고 얄미운 놈이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독님이 일부러 내가 역할의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살짝 역할을 돌려 표현하신 것 아닐까 싶다. 관객들이 정말 ´비호감´으로 느낄 만한 역으로 그려진 것이 지금은 오히려 만족스럽다. 코믹적인 요소나 액션 부분을 담당하는 다른 역할들이 충분히 있고 그 안에서 나는 또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몫을 충분히 해낸 것 같아 흐뭇하다.
<스페어>의 시사회 반응이 무척 좋다. 흥행에 대한 기대가 내심 커졌을 것이다. 이번 영화를 발판 삼아 두 주인공이 이루고 싶은 배우로서의 야망도 한층 커졌겠다.
내심 불안한 마음이 많았지만 부산국제 영화제 출품작이라는 성과를 이루면서 많은 자신감이 붙었다. 대단한 스타는 없는 영화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개봉관이 늘어나는 성과까지 입었다. 일단 배우로서는 관객들의 지금만큼의 응원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첫 주연을 맡으면서 스스로 배운 것이 너무 많다. 내게는 이미 <스페어>가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성공´인 셈이다. (정우)
아직은 영화에 대해 또 연기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저 좋은 액션영화들이 앞으로 더욱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나 역시 그 안에서 배우로서 좋은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기 를 바란다.(임준일)
syj012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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