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장서도 ‘효자’ 노릇하는 만화 원작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4.13 14:43  수정 2023.04.13 14:43

최근 30년 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크게 흥행하며 시즌1을 마무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도 시즌2 촬영에 돌입했다. 과거의 만화들이 드라마, 영화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 '데스노트' ⓒ오디컴퍼니

뮤지컬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뮤지컬 ‘데스노트’는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름을 쓰게 되면 대상자가 죽는 ‘데스노트’를 둘러싼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와 라이벌 엘(:)의 치열한 추리 경쟁을 음악과 함께 무대로 끌어올렸다.


지난 2022 시즌 역대 최단기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 작품은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연출상·무대연출상·남우조연상을 받아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충무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본 공연과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연장 공연은 각각 2022년 뮤지컬 티켓예매순위에서 5위와 8위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달 28일부터 샤롯데씨어터에 올려진 앙코르 공연도 연일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데스노트’의 흥행을 이어받을 만화 원작 뮤지컬들도 잇따라 준비 중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지면서 히트했던 주호민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은 이달 15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미 2015년 초연 이후 2017년과 2018년 세 시즌에 걸쳐 성공적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벌써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만큼 이미 흥행성은 입증 된 작품이다.


그간 ‘웃는남자’ ‘마타하리’ ‘엑스칼리버’ 등 대극장 창작 뮤지컬을 이끌어 온 EMK뮤지컬컴퍼니도 만화 원작의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선보인다. 1972년 일본에서 첫 연재를 시작해 역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올해 12월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원작은 물론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면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팬덤을 지닌 소재로, 이를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해낼지에 대한 기대도 크다.


ⓒ서울예술단, EMK뮤지컬컴퍼니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흥행작들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은 뮤지컬 시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지난해 창작 뮤지컬이 약진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뮤지컬 티켓판매순위 상위 20개 공연에 창작뮤지컬은 단 4편밖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재 뮤지컬계는 주류로 자리 잡은 라이선스 작품들로 인해 크게 성장했지만, 동시에 여러 기형적인 모습도 가져왔다. 때문에 뮤지컬 제작자들은 창작 뮤지컬을 활성화하면서 건강한 시장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입을 모아왔다.


EMK컴퍼니도 2009년 설립 이후 유럽에서 제작한 대극장 뮤지컬의 라이선스 공연을 주로 올렸던 공연 제작사다. 그런데 2016년 ‘마타하리’를 시작으로 창작뮤지컬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올해에는 8개의 라인업 중에 4개를 창작뮤지컬로 채웠다. 엄홍현 EMK 대표는 최근 “극장 규모와 상관없이 한국의 창작뮤지컬이 어떻게 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MK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창작 뮤지컬 제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힘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만화는 더 없이 좋은 소스가 된다. 이미 흥행한 원작을 무대로 옮겨오는 만큼 어느 정도 팬덤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무대화 시키느냐다. 여기엔 제작사의 제작 역량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창작 뮤지컬은 아니지만, ‘데스노트’는 제작사의 역량이 작품성과 흥행 성적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데스노트’는 해외 라이선스 공연이지만 지난해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무대 연출 등을 바꿔 새롭게 선보이면서 일본 공연보다도 더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 중에서도 과거 실패 사례들이 많다. 무작정 인기 만화를 가져온다고 해서 흥행을 보장받진 못한다는 의미”라면서 “분명 만화 콘텐츠 자체는 뮤지컬계에 좋은 소스로서 활용될 수 있지만 무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제작자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원작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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