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13년의 기다림, 결코 헛되지 않은 ‘오페라의 유령’

데일리안(부산) =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4.05 08:42  수정 2023.04.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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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산 남구 뮤지컬전용극장 드림씨어터는 ‘오페라의 유령’을 찾은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연 2시간 전부터 극장 안팎을 채운 관객들은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었고, 관련 굿즈를 사기 위해 긴 대기줄도 마다않았다. 13년 만에 한국어로 공연되는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기대감을 고스란히 드러나는 현장이었다.


ⓒ에스앤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은 적어도 ‘오페라의 유령’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1일 오후 2시, 공연이 시작되면서 관객들의 기대는 곧장 감탄으로 이어졌다. 무려 1톤에 달하는 샹들리에는 막이 오르면서 관객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 천정을 타고 올라간다. 그러다 또 ‘훅’ 내리꽂힐 땐 짜릿함까지 느껴진다. 이 샹들리에는 단순히 화려한 시각적 효과로만 끝나지 않는다. 유령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치로서 존재하면서, 이 작품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오페라의 유령’의 탄탄한 스토리는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아 온 이 작품의 명성을 증명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프랑스 파리 오페라극장 지하실에 숨어 사는 정체불명의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과 질투를 다룬 작품이다. 제작자 겸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를 통해 뮤지컬로 탄생한 이 작품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988년 첫 선을 보이며 최장기간(35년) 공연된 작품이다.


ⓒ에스앤코

스토리와 주옥 같은 음악, 화려한 의상, 잘 만들어진 무대도 압권이지만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건, 단연 배우 조승우였다. 뮤지컬계에서 조승우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신뢰가 이미 두터웠지만, 워낙 오페라적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20여년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해 온 그에게도 이번 ‘오페라의 유령’은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조승우는 콤플렉스 덩어리 유령을 완벽히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조승우의 유령은 매우 인간적이다. 1막에서 조승우는 자신의 뮤즈인 크리스틴을 향한 강한 집착을 보이면서도, 태어날 때부터 흉측한 얼굴로 사랑을 받지 못한 상처와 결핍의 슬픔을 동시에 드러낸다. 조승우 특유의 말하는 듯 읊조리는 창법 속에서 이 슬픔은 극대화된다.


ⓒ에스앤코

2막에서는 본격적으로 조승우의 감정이 폭발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애절함을 호소하는 상처 입은 영혼의 유령을, 망토로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크리스틴과 함께 부르는 ‘돌아갈 수 없는 길’ 넘버에선 애처롭지만 매혹적인 유령을 만들어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선 유령의 복합적인 감정 표현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조승우는 첫 공연을 마친 뒤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이 역할이 내 옷이 아닌지 고민하면서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많이 떨었고 실수도 잦았지만,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지킨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드림씨어터에서 6월 18일까지 공연한 후 7월엔 서울 샤롯데씨어터로 무대를 옮긴다. 현재 공연 중인 조승우, 전동석, 김주택을 비롯해 서울 공연엔 최재림도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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