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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 작품에 기대던 오페라 시장, ‘창작’ 물꼬 틀까


입력 2023.04.02 08:28 수정 2023.04.02 08:2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우리만의 오페라가 무엇인지 해외 관계자들이 물을 때마다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창작 오페라 제작에 집중 지원해 10년 안에 한국을 대표할 창작 오페라가 나올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최상호 신임 단장이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기존에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인 창작 오페라 ‘레드 슈즈’를 내년 다시 무대에 올리고, 2025년부터 새로운 창작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겠다는 포부다. 또 그는 “매년 창작 오페라 한 작품을 정기 공연으로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도 전했다


최 단장의 발언은 국내 오페라 시장의 현 주소를 잘 보여준다. 현재 국내 오페라 시장에선 창작 작품 보다 이미 해외에서 이름을 알린 유명 작품들을 가져와 선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과거에도 많은 창작 오페라가 만들어졌지만 긴 생명력을 가진 작품은 사실상 전무했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창작 오페라 개발은 늘 이 시장의 과제처럼 여겨졌다.


그러던 중 지난 2020년 국립 단체를 중심으로 한 창작 오페라가 연이어 공연됐다. 국립오페라단은 ‘빨간 바지’ ‘레드슈즈’를, 예술의전당은 ‘춘향 2020’을 무대에 올렸는데, 이 당시 대중의 큰 호응이 있었던 ‘레드슈즈’가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앞서 언급했던 ‘긴 생명력을 가진 작품’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에서다.


다만 여전히 창작 오페라는 대중들에게 친근한 장르는 아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클래식 티켓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오른 ‘오페라’ 부문에는 TV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포레스텔라의 전국투어 콘서트와 베세토오페라단 25주년 정기연주회 - 카르멘, 그리고 유일한 창작 오페라 ‘운림’ 정도가 이름을 올렸다.


한 관계자는 “오페라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특히 창작 오페라의 경우 새로운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다”면서 “대중이 창작 오페라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음악은 가볍게, 내용은 동시에 이슈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담아야 한다. 대중은 무엇이든지 ‘재미’가 있으면 그것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 면에서 최근 공연예술창작산실 선정작으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공연한 ‘피가로의 이혼’을 주목할 만하다. 작품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모티브로, 오늘날 현대인들의 부부관계, 남녀관계의 여러 단면을 비추면서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산다. 뿐만 아니라 원 오페라에서 모티브를 얻어 독특한 구성으로 새롭게 창작했고, 원곡의 일부 선율을 가져오면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오페라를 탄생시켰다.


한 관계자는 “‘공연예술창작산실 등 창작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이 더욱 많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사실상 오페라는 지원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한 장르 중 하나다. 다음 세대를 이끌 젊은 예술가들이 작품을 많이 올릴 수 있도록 창작 지원에 힘 써야 하는 시기”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피가로의 이혼‘은 창작 오페라의 지평을 넓히면서 국내 창작 오페라의 가능성을 보게 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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