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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비평 문화③] “비평 사라져도 이상할 것 없는 시대”


입력 2023.03.31 14:01 수정 2023.03.31 14: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힙합 전문 웹진 리드머 편집장' 강일권 평론가 인터뷰

"감상·분석 통해 작품의 가치 따지는 작업"

"정보과부하 시대, 옥석 가려내는 역할"

대중문화예술계에서도 비평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혀있지 않은 분야 중 하나는 ‘음악’이다. 문학이나 미술계 쪽과 비교할 것도 없이 같은 대중문화로 취급되는 영화와 비교해도 음악은 특히나 비평 문화와 거리가 멀다.


물론 넓은 배경지식과 주관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평론가도 있다. 힙합 전문 웹진 리드머의 편집장인 강일권 평론가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 그는 ‘가장 평론가스러운 평론가’로 평가된다. 그는 특히 음악 분야에서 비평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시장의 성향을 꼽았다.


ⓒ뉴시스 ⓒ뉴시스

“비평의 영역을 음악으로 한정하여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비평이 사라져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비평은 일차적으로 해당 시장의 규모 및 특징, 그리고 소비자의 소비력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평이 등단이나 전시 및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문학·미술계와 영화·음악계는 그런 면에서 차이가 크죠.”


“그나마 비평이 소비에 영향을 끼치는 영화계에선 비평의 역할이 음악계보다 중요시되는 편입니다. 반면 음악은 이제 한 달에 1만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아니 아예 돈을 내지 않고도 유튜브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취사선택하여 들을 수 있죠. 정말 깊이 듣고자 하는 소수의 마니아와 음악 공부에 뜻이 있는 이들이 아니라면 비평글은 불필요하지 않을까요? 특히 대중의 지식과 트렌드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론가들과 글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면 더욱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평론가가 꾸준히 비평을 쓰는 이유는 비평의 ‘가치’ 때문이다. 그는 “오늘날 비평이 꼭 필요한 이유는 모르겠다. 대중이, 소비자가 원하지 않거나 무관심해져서 비평이 사라지게 된다면 그것대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비평의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있다.


“비평은 너무나도 보고 들을 것이 많아진 시대에 조금이나마 옥석을 가려내고, 미처 대중이 잡아내지 못한 가치 있고 흥미로운 지점을 짚어주는 역할로서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중과 매체가 외면하거나 모르고 지나친 실력 있는 신예와 좋은 음악을 발굴하는 역할도 하고요. 그리고 좋은 게 좋은 것 식의 태도를 권장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강단 있는 평론은 때때로 대중문화 산업계나 사회의 병폐를 끄집어내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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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의미에서 비평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비평가가 특정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중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대중의 작품에 관한 평가가 좌우되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때문에 비평가는 작품에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하고, 작품과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창작보다 비평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평을 쓸 때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의견을 개진해야 합니다. 주장에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비평은 아티스트를 향해선 안 됩니다. 소비자, 대중을 향해야 하죠. 평론은 창작과 전혀 다른 세계입니다. 창작에 관여하려고 해선 안 되죠. 창작자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의미에서 간혹 아티스트가 보라고, 아티스트가 봐주었으면 하는 의도로 평론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매우 잘못된 태도라 생각합니다.”


“또한 비평은 아티스트의 의도를 파악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이렇게 알고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우린 아티스트의 의도를 100% 파악할 수 없고, 의도가 궁금하다면 인터뷰를 하면 됩니다. 비평은 어디까지나 비평가의 감상과 분석을 통해 작품의 가치를 따져서 우열을 가리는 작업이에요. 그 과정에서 여러 정보와 문장의 재미(?)가 포함되는 거겠고요.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비평을 각자의 입맛대로 정의하더군요.”


뿐만 아니라 강 평론가는 “팬으로서의 스탠스와 평론가로서의 스탠스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팬심과 리스펙트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으면서 “의외로 한국 음악평론가들이 이걸 진짜 못 한다. 그래서 본인은 모르지만 민망한 광경이 종종 펼쳐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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