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활성화지역 상생 가치 실현, 두 마리 토끼 잡아”
”다양한 소비자 니즈(Needs) 반영하는 민간 플랫폼“
“항공마일리지 연계 등 다양한 시도 이어져...”
지난 기고문(행정 업무의 효율성 증대, 홍보 효과 최대화로 제도 취지 살린다)에서 일본 고향세 시장 규모가 민간과의 협업으로 약 8조 원까지 성장하고,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민간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일본에는 40여 개의 민간 플랫폼이 운영 중이다. 민간 플랫폼은 기부자 편의성을 증대하는 한편, 행정 업무를 효율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러 민간 플랫폼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크게 ‘후루사토초이스, 라쿠텐 고향세, 사토후루’ 세 곳이 있다. 후루사토초이스는 일본 내에서 가장 먼저 고향세 서비스를 시작한 민간 플랫폼으로 일본 내 전 지자체의 90% 이상이 이 플랫폼에 홍보를 위탁하고 있어, 제휴 지자체 수 부동의 1위 플랫폼이다. 제공하고 있는 답례품 수도 50만 개 이상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부금 결제 방법의 다양성을 통해 더 많은 기부자가 손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있는 점이 특징이다.
ⓒ후루사토초이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
또한, 후루사토초이스가 다른 민간 플랫폼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 오프라인 이벤트인데, 기부자들에게 각 지역을 잘 알 수 있도록 워크숍을 열거나, 현지에서의 체험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다른 민간 플랫폼이 원래 인터넷 쇼핑몰이나 언론, 항공사, 통신사 등 대기업의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것에 비해, 후루사토초이스 운영사인 트러스트뱅크는 전업주부였던 여성이 창업하여 일궈낸 일종의 사회적기업이다. ‘지역과의 상생’을 가장 중요한 기업가치로 내세우고 있어, 지자체들 사이에서 가장 고향세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지역을 잘 이해하는 팬을 만들 수 있는 민간 플랫폼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다음으로 고향세 기부 시장 강자로 자리 잡은 라쿠텐고향세는 본래 온라인 쇼핑몰로 유명한 라쿠텐에서 운영하는 고향세 특설사이트이다. 일반 쇼핑몰에서 호환이 가능한 포인트 적립을 내세우고 있고, 기존 쇼핑몰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진행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이 플랫폼은 답례품을 쇼핑몰 형태로 전시해, 보다 직관적으로 원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편의성을 제공한다. ‘고향세’라는 새로운 제도를 접함에 있어, 기존 쇼핑몰과의 연계를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택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며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라쿠텐 고향세 홈페이지 메인 화면
마지막은 사토후루이다. 대기업인 소프트뱅크 계열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가장 큰 특징은 행정의 업무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홍보 서비스와 업무 편의성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위탁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다. 취급하는 답례품 수가 압도적인 1위로, 다양한 소비자 니즈(Needs)에 부합하는 서비스 제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면 고향세와 관련한 기부금 공제 증명서를 기부자들이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나, 다른 플랫폼과 달리 답례품 배송 현황을 마이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등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토후루 홈페이지 메인 화면
ⓒPR TIMIES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337.000034467.html
*2021년 오리콘 ME 주식회사가 실제 서비스 이용자(기부자) 중 18~34세 남녀 3,044명을 대상으로 "고향세 민간 플랫폼"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여 2022년 9월 1일 오리콘 고객만족 공식 웹사이트( https://life.oricon.co.jp/)에서 발표한 순위. 라쿠텐 고향세가 최근 2년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하였으며, 2위는 후루사토초이스, 3위는 사토후루, 4위는 ANA고향세, 5위는 후루나비, 6위는 AU PAY고향세 순위로 집계되었다.
조금 독특한 포지션으로 기부자를 사로잡은 민간 플랫폼으로 ‘ANA고향세’가 있다.
ⓒANA고향세 홈페이지 메인 화면
ANA고향세 플랫폼의 최대 장점은 항공마일리지와 스카이코인을 적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 가치 측면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지지만, 항공권으로 전환이 가능한 마일리지와 스카이코인이라서 여행을 즐겨 하거나 정기적으로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회원 등급을 승급하기 원하는 기부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금액당 포인트는 기부금 100엔당 1마일리지, ANA카드결제라면 추가로 200엔당 1마일리지가 적립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포인트나 온라인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코인을 증정하는 등 정책을 펼치는 후루나비, AU PAY고향세 등 다양한 민간 플랫폼이 존재한다.
ⓒ후루나비 홈페이지 메인 화면
ⓒAU PAY 홈페이지 메인 화면
일본 고향세는 2021년 기준으로 총모금액이 8,302억 엔에 달했다. 만약 주민세를 납부하는 모든 납세자가 고향세로 기부한다면 2조 6,270엔을 모금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5배 이상 성장가능한 시장이란 이야기다.
만약 일본에서 한국처럼 정부에서 운영하는 단일 플랫폼으로 기부하도록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추정컨대 민간 플랫폼과 정부의 적절한 협업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고향세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일본 총무성
한국 고향사랑기부제는 시행 3개월을 조금 지나고 있다. 일본은 제도가 시행된 후 5년 동안은 침체의 길을 걸었으나, 민간 플랫폼이 활성화된 이후 10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기부금 수입이 지자체가 아니라 플랫폼에 제공하는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문제나, 지자체간 답례품 경쟁이 심화되는 행태를 민간 플랫폼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지자체 혼자 홍보와 모금, 답례품 준비 등을 오롯이 했다면,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자체에서 지역주민을 돌보아야 할 다른 업무에 지장이 갈 수 있다. 실제로 지자체 자체적으로 고향세 특설사이트를 개설한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 고향세 담당자는 “지자체 특설사이트로 모금되는 금액은 거의 없다. 들인 비용 대비 효과가 거의 없어서 다른 지자체에는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문성이 있는 민간과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담하는 것으로, 지자체는 더 큰 기회비용을 아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잠재적인 기부자들에게 지역의 소식이나 이슈를 효과적으로 알려 좋은 피드백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지역과의 관계인구를 형성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 종합정보시스템 ‘고향사랑e음’을 구축하는데 70억 3000만 원이 소요됐다. 해당 비용은 각 지자체가 부담했다. 또 2023년 시스템 운영비 20억 원에 대해서는 243개 지자체가 800만 원씩 균등 배분하기로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고향사랑e음’을 유일한 플랫폼으로 두는 규제를 풀고, 일본처럼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기부도 늘고, 제도가 활성화될 것이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국가 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제도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글/정법모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itwins@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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